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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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도 계속 회자되는 책이나 영화, 음악 앞에 "고전"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제게 김광석의 음악은 그런 의미에서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지금은 희귀해진 LP로 김광석의 음반을 듣고 들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노래의 깊이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어쩐지 마음이 촉촉해지고 분위기 좋은 음악으로 느껴졌는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김광석 노래에 담긴 "삶"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그의 노래를 분위기로 듣지 않고 마음으로, 삶의 무게로 듣게 됩니다. 어쩌면 더 늙어서는 지금 느끼지 못한 깊이를 또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광석의 노래는 내게 "고전"입니다.

 

그의 음악의 깊이를 미처 다 알기도 전에 그는 훌쩍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의 비보를 듣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걸 보면 어린 마음에 큰 상심을 했었나 봅니다. 너무 일찍 가버린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 <미처 다 하지 못한>은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바람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훌쩍 떠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상상해보고 싶었습니다. 일기, 수첩 메모, 편지, 노랫말을 엮은 이 책은 김광석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 마음을 확 잡아 끌었습니다. 더는 들을 수 없는 그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다는 기대로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겼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김광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는 과연 이런 개인적인 기록물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개되는 것을 바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나라면 결코 나의 일기나 메모들이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는걸 원치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런 미안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나이기에 죄책감도 들더군요. 유족들이 검토해서 공개되어도 될 부분만을 공개했겠지만 말이지요. 그에겐 미안했지만 그가 남긴 시와 같은 글들을 만날 수 있었던건 참 좋았습니다. 하루종일 그의 음악을 다시 들으면서 그가 남긴 글귀들을 보는건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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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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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는 좋아해서 많이 읽지만 일본 소설은 취향에 맞지 않아서 잘 읽지 않습니다. 뭔가 밋밋하고 심심한게 일본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만 나와는 맞지 않아서 몇 작가의 작품을 빼고는 안읽는 편입니다. 요시다 슈이치는 그래도 읽게 되는 일본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부드럽지만 시크한 분위기의 작품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상을 수상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데뷔 15주년을 기념해서 장편소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출간했다고 하니 읽지 않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첩보 소설입니다. 일본, 중국, 한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최첨단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둘러싼 첩보전을 다룬 긴장감 넘치는 소설입니다. 베트남 유전 개발을 둘러싸고 일본과 한국의 기업, 중국 정부가 예리한 촉각을 세우고 있는 중에 베트남의 한 병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살인사건에서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은 AN통신의 다카노 가즈히코는 부하 다오카 료이치와 함께 살인사건을 파헤칩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전하는 통신사임을 내세우고 있는 AN통신은 실은 아시아의 비밀정보를 수집해서 비싸게 팔아치우는 스파이 조직입니다.

 

다카노의 라이벌인 한국인 첩보원 데이비드 김이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이 사건 뒤에는 중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 CNOX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는걸 알고 정보를 캐내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러던 중에 다카노의 부하 다오카가 납치되고 이야기는 숨가쁘게 진행됩니다. 다카노 가즈히코와 데이비드 김, 모든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수수께끼 미녀 AYAKO, 홍콩 크러스트 은행의 대표 앤디 황...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고 최후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

 

이야기 자체가 속도감이 있어 책장은 숨가쁘게 넘어갑니다. 평온해 보이는 세상의 한 편에서 이렇게 숨가쁜 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다카노와 다오카, AYAKO, 데이비드 김...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짓도 마다않는 사람들이지만 책을 읽을수록 애정이 갑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완전히 착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으며 선함과 악함이 공존한다는걸 여실히 보여주는 캐릭터였습니다. 기존의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과는 전혀 달라서 살짝 당황했는데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에 적합한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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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3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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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무척 좋아서 그 뒤가 부담스러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학기 초 첫시험을 평소보다 훨씬 훌륭하게 치러낸 후 선생님과 부모님의 기대치가 높아져서 부담감으로 버거웠던 시절이 그랬습니다. 나를, 내가 가진 소양보다 훨씬 좋은 사람으로 봐주는 새로운 사람 앞에서는 어쩐지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말투도 조신해집니다. 잘했기데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어지간히 해서는 칭찬 받을 수 없고 만족할 수 없다는걸 알기에 생기는 부담감일겁니다. 야구선수가 첫타석에 홈런을 친 후 다음 타석에 들어서면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가 되겠지요.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들이 제겐 그랬습니다. 그녀의 첫작품 <고백>이 주었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그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읽어도 <고백>이 주었던 인상을 뛰어 넘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계속 몇몇 작품들에 실망해서 혹시 첫작품이 어쩌다 나온 홈런이 아니었을까 슬슬 의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작가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나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그런 부담감을 느끼게 되는데 하물며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소설을 내 놓은 작가에게는 그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요. 작가는 "<고백>이 내 대표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말해왔고 이 작품으로 그 바람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인노시마에서 18년, 퉁가에서 2년, 아와지시마에서 13년... 인생의 대부분을 섬에서 살아 온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 <먕향>은 섬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 6편이 담겨 있습니다. 섬에서 귤밭을 일구며 살다가 야반도주로 섬을 떠났다가 25년 만에 유명한 작가가 되어 섬에 돌아온 후 밝혀지는 비밀 이야기 <귤꽃>,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 모자 앞에 등장한 친절한 아저씨의 비밀 이야기 <바다별>, 반에서 벌어진 왕따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는 초등학교 교사에게 중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의 제자가 찾아와 들려주는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빛의 항로>....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씩 조금씩 열어 보는게 꽤나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억지로 아무리 써봐도 침울한 상태에 빠져들 때는 비판의 목소리밖에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쓴 걸 읽지 않으면 그만 아냐! 라고 소리 지르고 싶어졌습니다”라고까지 말했다는 미나토 가나에가 이 작품으로 조금은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여전히 미나토 가나에의 대표작은 <고백>으로 남아있지만 그녀에 대한 의심을 지울만큼의 인상은 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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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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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를 처음 만난건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을 통해서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책 제목을 보고는 시시한 학원물인가 하면서 큰 기대를 안하고 빌렸는데 읽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책 제목 때문에 조금 손해를 본 경우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후로 그녀의 책을 부지런히 찾아 읽었습니다. <밤과 노는 아이들>, <츠나구>, <열쇠없는 꿈을 꾸다>,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물밑 페스티벌>.... 그녀의 책은 사람 마음의 한구석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모든 책들이 일관되게 훌륭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실망스러운 책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태양이 앉는 자리> 또한 크게 실망시키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갖고 만났습니다.

 

이야기는 각각의 화자가 등장해서 끌고나갑니다. 졸업 이후로 매년 반창회를 열어온 후지미 고등학교 3학년 2반 동창생들에게 하나의 이슈가 등장합니다. 동창생이었던 교코가 여배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반창회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교코를 불러내기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웁니다. 교코를 직접 만나 반창회에 나오라는 말을 전하는 역할을 맡게 된 사토미는 연극단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여배우로 등장한 교코와는 달리 여전히 아무도 모르는 연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토미는 교코의 등장에 질투에 휩싸입니다. 자신이 잃었던게 무엇인지 헤매고 있는 사에코, 거짓말로 자신의 모든것을 포장하는 유키,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키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마즈 겐타, 그리고 다카마 교코.....

 

다섯명의 화자가 끌고 가는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감정들. 내 마음 속에도 그런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와 비교하는 마음, 잘나보이고 싶은 그런 마음들.... 그런 감정들을 밖으로 내보이지 않는게 어른스러운거라는걸 깨닫고 드러내지 않는것 뿐이지 사춘기 시절에 갖고 있던 유치한 감정들이 지금도 마음 한켠에 있습니다. 아직도 나는 진짜 어른이 되지 못했나봅니다. 슬픈 일을 같이 슬퍼해주기란 쉽지만 기쁜 일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주기는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기쁜 일을 온전히 기뻐해주는 성숙한 사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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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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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을??

아무리 시골집이라도 마당이 있는 집을 2천만원으로 샀다는 얘기이니 귀가 솔깃했습니다. 조용한 마을에 작은 마당이 있는 소박한 집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는터라 귀촌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눈과 귀가 쏠리게됩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땅을 사서 자신이 설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도 있고 이 책의 저자처럼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해서 사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옛집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를 만나보는것이 내 계획을 실행하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 이런 류의 책들을 자주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건축과는 아무런 관련없는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일텐데도 시골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한다는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가봅니다. 3년 간 전국의 땅과 집을 보러 다니다 서천 작은 마을의 허름한 집을 선택하고 새로 짓다시피 한 그 과정이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어려운 과정 끝에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집을 갖게 되어 얻은 행복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갑니다. 여기저기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집을 가꾸고 보듬는 일은 노동이라기 보다는 즐거움일테지요.

 

2천만원으로 시골집을 샀다는 제목에 솔깃해서 그랬는지 따로 든 공사 비용을 보고는 놀랍고 서운해졌습니다. 하긴 제목 어디에서도 공사비까지 2천만원이 들었다는 얘기는 없었으니 내 멋대로 오해한 내 잘못이겠지요. 어쨋든 2천만원으로 시골집을 사서 5천만원으로 공사를 했으니 총 7천만원으로 깨끗한 시골집을 산 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겠다 싶네요. 처음엔 따로 책정되어 있는 공사비 5천만원이 배신으로 느껴졌지만....

 

작은 집을 짓는것보다는 기존의 집을 사서 조금 손을 봐서 사는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작은 규모로 새집을 짓는게 낫겠다 싶어집니다. 인테리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기존의 시골집을 내 마음에 들게 고치려면 새로 짓는것보다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스트레스가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소박한 집을 짓고 내 손으로 집 이곳저곳을 손 보면서 살아갈 날들을 꿈 꿔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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