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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일본 작가 중에 한 사람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작품을 몇 권 읽었는데 어쩐지 작품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고 감정이 겉돌기만 했었습니다. 그런 후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만나본 적이 없었습니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은 그간의 작품들과는 좀 다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 월간지에서 4년 넘게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6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이고 3대에 걸친 100년의 세월을 담은 작품이라는 소개글에 그만 마음이 솔깃해졌습니다. 100년에 걸친 3대의 이야기라니 그간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다는 생각에 일단 읽고 보자 결정했습니다.
야나기시마 일가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특별한, 특이한 가족입니다. 장성한 어른이 모두 한 집에 모여 살고 대학 전까지는 학교 교육을 시키지 않고 가정 교사에게 교육을 받는 등 보통의 가정과는 조금 다릅니다. 러시아인 할머니 기누와 무역 회사를 경영하는 할아버지 다케지로가 1세대, 큰 딸 기쿠노와 작은 딸 유리, 아들 기리노스케가 2세대, 기쿠노의 네 아이 노조미, 고이치, 리쿠코, 우즈키가 3세대 입니다. 아버지의 가치관에 반기를 들고 가출을 감행했던 기쿠노, 결혼 6개월 만에 이혼하고 돌아온 유리,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는 기리노스케도 결국은 모두 야나기시마 일가의 저택으로 돌아옵니다.
기쿠노와 도요히코 부부의 네 아이는 부모 구성이 복잡합니다. 노조미는 기쿠노가 결혼 전에 낳은 아이고 고이치와 리쿠코는 도요히코와 결혼해서 낳은 아이, 우즈키는 도요히코가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복잡하고 이상하기만 한 이야기지만 야나기시마 일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모든 가족들이 한 집에서 어울려 살아갑니다. 이야기는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야나기시마 가족들의 이야기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어쩌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이야기에 나 또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갑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나의 죽음'이란 것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게 아닌가합니다.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죽음을 너무나 두려워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서도 안될겁니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에 등장한 인물들의 삶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내게 주어진 유한한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곰곰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