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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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제목은 채색된 면사포.

인생의 베일이라는 번역도 나름 훌륭하긴 하지만, 그래도 본 뜻을 확실하게 알 수는 없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때론 자신의 잘못을 알고, 때론 무엇인지 모르나 지금의 상태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의지를 느끼고.

주인공 키티는 철없고 이기적인 여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믿고 지나치게 오만방자했으며, 자신에게는 더 큰 것이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여자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감사로 여기지 않고, 그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는 나의 종처럼 모든 것을 따를 것이라 믿는다. 가엾은 여자. 키티는 자신의 무지와 철없음을 부끄러워 한다. 한없이 멀어보이는 그 정경을 보면서. 인생의 모든 것, 삶, 정치, 세월,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아무 의미없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이런 작은 일에 얽매여서 삶을 증오와 고통으로 보내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러나 그 시선을 갖게 되고도 그녀는 또 자신의 욕망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더 성숙한 인간으로 올라서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어느 인간이나 태어나면서부터 철이 들어있고 깊은 시선을 가질 수는 없다.다만, 그 시선을 가졌을 때 자신을 개혁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으며, 또 들여다보일 듯 보이지 않는 면사포와 같다. 모든 것은 선명하지 않고, 단지 면사포 건너로 내다보이는 것처럼 흐릿하고 뿌옇게 보일 뿐이다. 우리의 삶은 채색된 면사포와 같다. 때론 속이는 (painted) 때론 가장된 (painted) 때론 색칠되어 꾸며진 (painted) 면사포와 같다.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나에게 깊은 시선이 주어지길 바란다. 이 순간에도 나아가길 바란다. 어느 한 순간에, 나 자신을 주어지는 모든 것들로 부터 떠나보내면서 이 세상에 대해 한없이 깊고 넓은 바라봄으로써 많은 것들을 그저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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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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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유진 오닐이 자신의 자서전과 같이 쓴 글이다.

분명, 완전한 일치는 아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분명히, 이것은 자신의 체험으로, 처절한 체험의 고통으로 밖에 나올 수 없는 글이라는 것을 느꼈다.

생생한 묘사, 인간들의 내면과 내면들.

고통과 고통 속에서, 혹은 일그러짐 속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조차 없는 원망의 대상을 무작정 서로가 이해하려고도 하며, 그러나 끝까지 상처받으면서, 그들은 한 가족으로서 살아간다.

밤은 멀다. 단 하루의 일상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단 하루! 단 하루조차도 그들에게는 긴 여로가 되는 가족.

어떤 가족이 이렇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모든 가족들이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가정이나 깊이 들여다보면 각각의 문제가 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그 가족의 몫이다.

어떤 가족은 서로가 분열되어 살아간다. 아예 서로를 포기한 채로. 그러나, 어느 순간이든지간에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한다. 어찌됐건간에.

 

나는 여기서 나의 가족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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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전화박스 아이북클럽 7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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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잔잔하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

어린아이들은, 이런 동화를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저는 원래 동화책을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사봤을 뿐이지요.

이런 글을 쓴다면, 아이들은 행복하게 읽고, 또 세상에 대해서 따뜻한 시선을 가지며 자라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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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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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은 고통이었다. 굉장히 두꺼웠기 때문에 시작부터 겁이 덜컥 났던 소설이다. 200페이지까지는 읽으면서도 내가 뭘 읽고있는 건가 하면서 어리둥절한 기분도 들었다. 분명히 '웃긴 책'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 하나도 안 웃기다. 코믹하지도 않고 위트가 있는 느낌도 없다. 게다가 주인공이 하는 행동은 하나같이 저질이고 입에서 나오는 말도 눈이 찡그려질만큼 저속해서 책을 내던지고 싶었던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책을 읽다가 책 뒷면에 있는 온갖 찬사들을 읽다가 다시 책을 읽다가 정말 이거 좋은 책 맞아?하면서 한숨을 내리쉬길 일 주일. 2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나는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기대했던 '웃긴' 문체가 아니어서 실망했기 때문에 그만큼 접속을 못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광고를 잘 못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웃길거라 기대하지 않았다면 엄청 심각한 포즈로 책을 들여다봤지 않았을까 싶다.

 

줄거리만 보면 상당히 엉뚱하다. 뚱보에 부자인 미샤. 아버지가 죽고 뇌물을 써서 러시아를 탈출하지만, 그 중간에 가야했던 나라 압수르디스탄은 갑자기 세력분쟁이 일어나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그러다가 어처구니없게 장관이 된다. 무척 재미있어 보이는 줄거리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다기 보다는 혐오감이 들만큼 구질구질하다. 러시아, 압수르디스탄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 자체가 다.

 

미샤는 뭐하나 아쉬울 것 없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오지만, 정작 그 외의 '자신의 것'은 없는 사람이다. 어쩌면 알고 있지만 선뜻 건드리기 조차 힘들었던 '사랑'에 대한 진실과 '인간'에 대한 믿음. 그 모든 것들이 정말로 오로지 자신, 인간 자체에게 주어진 게 맞을까. 고민을 한 게 아니라 고민하기조차 두려워한 미샤. 돈이 없어서 삶 자체가 고통인 사람의 정반대편에 돈 때문에 돈이 없는 상황에 대한 무지만 가득한 미샤가 있었다. 후자는 전자에게 이용당하는 셈이다. 전자는 약자를 자처하여 후자를 오히려 약하게 만든다.

 

미샤는 이미 먹을만큼 먹은 나이 서른이다. 대학까지 나온 그는 세상에 대해 알만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지만, 그걸 정말로 자신이 '아는 상태'로 헤집어보길 무서워했던 걸까. 그의 행동은 철없음을 벗어나 혐오스러울 정도로 축소된 인간상이다. 각종 묘사나 재미있는 사건들 보다, 나는 오로지 화자인 미샤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것은 이 미샤라는 인물이 이토록 역겹게 나약하지만, 어쩌면 그는 필요도 없고, 사람이라기 보다는 이용가치로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의 내면의 독백이 줄줄이 이어지는 소설 속에서 나는 미샤를 가엾게 여기기도 했고 놀라기도 했고 혐오하기도 했다. 내 일부분이기도 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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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2 - 판타 빌리지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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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찬란하나 그만큼 꿈을 꾸게하는 소설. 때론 어른에게도 유치찬란이 필요하다...?

사실 모험이라고 해도 과격한 헐리우드식 모험에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흥미진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흥미진진한 모험 때문에 책이 즐거웠던 것이 아니라, 유치했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아마도 어린이에게는 글자도 크고 쉽게 읽히는 문체 때문에 흥미진진까지 더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리라 생각한다.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이고, 실제 내용 분량은 한 권이라고 보면 된다. 이 안에는 피터팬의 전형적인 적이라고 여겨지곤하는 후크선장은 재밌는 놀림거리에 불과하다. 그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악당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림자 도둑인 옴브라 경이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의 전편은 피터팬이 어떻게 날아다니고 영원히 늙지않는 몸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나온다고 한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을 읽고 있으면 자연히 전편의 내용이 떠오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읽고나면 전편이 읽고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떠오르기 때문에 어차피 읽게될 것 같다 ㅋㅋ

 

이 책은 본 피터팬의 저자가 지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그런 '피터팬'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왔던 피터팬은 초록빛 옷을 입고 날아다니는 유쾌한 소년이다. 정신은 이미 나이많은 사람의 그것과 같지만, 어린이다운 순수함도 잃지 않고 있다. 반면 이 책에서는 피터팬이 실제 어린아이의 나이였을 때, 즉 별가루를 맞은지 얼마되지 않아 철딱서니없고 어린이다운 생각을 그대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멋있다기 보다는 지저분하고 잘 삐지고 철없이 생각하기도 하고 영웅심에 사로잡힌 어린애 모습 딱 그대로이다. 하긴, 아마도 피터팬이 어린 나이였을 때는 분명 그러한 모습이었으리라. 다소 나의 환상이 깨진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실제 어린이였으면 이런 모습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제대로 묘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림자 도둑이라는 놈은 정말 강하다. 이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다. 그렇지만 그림자를 훔치기 위해서 피터의 그림자에 닿았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그대로 그림자를 뺏기곤 하였는데, 피터의 영혼은 그림자 도둑에게 맞서 싸운다. 별가루가 닿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별가루에 닿아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영혼의 소유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선천적인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피터팬은 전형적인 영웅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영웅이 있어야 해결이 되고, 그 영웅은 항상 다른 사람 보다 특별한.

 

내가 어렸을 때 '피터팬'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정말 피터팬이 불쌍하다는 것이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것은 정말 즐거울 것같지만, 아마도 불로영생과 맞바꿔야한다면 난 그냥 죽는 쪽을 택할 것이다. 어렸을 때, 피터팬이 왜 저런 몸을 갖게 되었는지 모를 때에는 나도 모르게 피터팬의 선택에 의해 손에 넣었거나, 원래 그렇게 태어났던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책 처럼 사고에 의한 것이었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법한 고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언제까지나 그대로 두고 있을 수 없다. 웬디를 돌려보내듯,  이 책에서도 몰리에게 피터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잊혀지지않으면 고통이 되는 존재인 피터팬. 바로 그 점 때문에 아무리 흥미로운 모험이 있어도 슬픈 것 같다.

 

나 또한 이렇게 성장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피터팬을 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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