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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2 - 판타 빌리지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유치찬란하나 그만큼 꿈을 꾸게하는 소설. 때론 어른에게도 유치찬란이 필요하다...?
사실 모험이라고 해도 과격한 헐리우드식 모험에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흥미진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흥미진진한 모험 때문에 책이 즐거웠던 것이 아니라, 유치했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아마도 어린이에게는 글자도 크고 쉽게 읽히는 문체 때문에 흥미진진까지 더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리라 생각한다.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이고, 실제 내용 분량은 한 권이라고 보면 된다. 이 안에는 피터팬의 전형적인 적이라고 여겨지곤하는 후크선장은 재밌는 놀림거리에 불과하다. 그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악당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림자 도둑인 옴브라 경이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의 전편은 피터팬이 어떻게 날아다니고 영원히 늙지않는 몸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나온다고 한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을 읽고 있으면 자연히 전편의 내용이 떠오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읽고나면 전편이 읽고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떠오르기 때문에 어차피 읽게될 것 같다 ㅋㅋ
이 책은 본 피터팬의 저자가 지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그런 '피터팬'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왔던 피터팬은 초록빛 옷을 입고 날아다니는 유쾌한 소년이다. 정신은 이미 나이많은 사람의 그것과 같지만, 어린이다운 순수함도 잃지 않고 있다. 반면 이 책에서는 피터팬이 실제 어린아이의 나이였을 때, 즉 별가루를 맞은지 얼마되지 않아 철딱서니없고 어린이다운 생각을 그대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멋있다기 보다는 지저분하고 잘 삐지고 철없이 생각하기도 하고 영웅심에 사로잡힌 어린애 모습 딱 그대로이다. 하긴, 아마도 피터팬이 어린 나이였을 때는 분명 그러한 모습이었으리라. 다소 나의 환상이 깨진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실제 어린이였으면 이런 모습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제대로 묘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림자 도둑이라는 놈은 정말 강하다. 이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하다. 그렇지만 그림자를 훔치기 위해서 피터의 그림자에 닿았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그대로 그림자를 뺏기곤 하였는데, 피터의 영혼은 그림자 도둑에게 맞서 싸운다. 별가루가 닿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별가루에 닿아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영혼의 소유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선천적인 축복을 받았기 때문에 피터팬은 전형적인 영웅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영웅이 있어야 해결이 되고, 그 영웅은 항상 다른 사람 보다 특별한.
내가 어렸을 때 '피터팬'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정말 피터팬이 불쌍하다는 것이다.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것은 정말 즐거울 것같지만, 아마도 불로영생과 맞바꿔야한다면 난 그냥 죽는 쪽을 택할 것이다. 어렸을 때, 피터팬이 왜 저런 몸을 갖게 되었는지 모를 때에는 나도 모르게 피터팬의 선택에 의해 손에 넣었거나, 원래 그렇게 태어났던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책 처럼 사고에 의한 것이었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법한 고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언제까지나 그대로 두고 있을 수 없다. 웬디를 돌려보내듯, 이 책에서도 몰리에게 피터는 잊혀진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잊혀지지않으면 고통이 되는 존재인 피터팬. 바로 그 점 때문에 아무리 흥미로운 모험이 있어도 슬픈 것 같다.
나 또한 이렇게 성장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피터팬을 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