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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며 여생 즐기는 영국 노인들

은퇴 뒤 도서관 오가며 독서…도서관 이용자의 4분의 1 차지
“정부 보조금으로 금전적 어려움 없이 노후생활할 수 있어”

미디어다음 / 정숙진 영국 통신원


뉴캐슬 시립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 자원봉사를 시작한 영국 노인 데이비드.
수북이 쌓인 고서, 쾌쾌한 책곰팡이 냄새. 영국 뉴캐슬 시립도서관 2층 역사·문화 서고에 머리 희끗한 노신사가 앉아있다.

그의 자리에는 영국 중세사를 다룬 책이 놓여 있다. 학자다운 면모를 풍기는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59).

하지만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구점, 카페 등에서 일을 하던 평범한 노동자였다.

데이비드가 도서관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나오기 시작한 건 몇 년 전 은퇴한 후부터다. 지금은 이곳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틈틈이 사서 업무를 돕는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업무지만 도서관 자원봉사가 훨씬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데이비드가 은퇴 후 도서관을 자주 찾게 된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는 40세 전후로 원만한 직장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한 정신질환을 앓았다. 쉰 살 무렵에는 아내로부터 이혼도 당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삶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도서관에서 독서를 꾸준히 시작한 다음부터였다. 지금은 95% 정도 건강을 회복한 상태라고 한다.

데이비드는 “일찍 은퇴했지만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금전적인 어려움 없이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며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이곳 시립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도서관 이용자 중 노인층이 1/4 이상
TV시청-사교활동 다음으로 독서에 여가시간 할애



게이츠헤드 중앙도서관 열람실에 있는 ‘큰 활자 인쇄물’ 코너.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코너이다. 하지만 독서를 즐기는 영국의 노인 독자들은 젊은 독자 못지않게 일반 소장자료 찾기에도 열심이다.
영국에서는 어느 지방을 가나 쉽게 도서관을 접할 수 있다. 도서관 시설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도서관 수가 한국보다 월등히 많다.

도서관 이용자는 영국 거주민이라는 증빙자료(공과금 고지서, 진찰권 등)만 있으면 국적, 지위에 상관없이 서적은 물론, 각종 음향자료까지 빌릴 수 있다.

주된 이용계층도 약간 다르다. 영국에서는 학생이나 직장인보다는 은퇴한 노인층의 도서관 이용률이 높다.

영국 도서산업 분야 정보조사 기관인 북마케팅이 영국의 전체 도서관 이용자 연령 분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도서관 이용자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문화행사에도 노인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마다 매달 초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독서클럽 참가자의 상당수가 노년층이다. 도서관 한편에서 토론을 벌이거나 가방 가득 책을 빌려가는 노인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여가 활용 시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65세 이상 노인은 하루 평균 1시간 20분을 독서하는데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00~2001년 자료).

이런 수치는 TV나 비디오 감상(3시간 40분), 사교활동(1시간 50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사무직에서 은퇴한 지 8년 되었다는 메리. 평소 자서전이나 역사 관련 서적을 좋아하는 그는 퍼즐 맞추기도 즐기는 등 다양한 취미 생활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독서를 즐기는 영국 노인의 숫자가 많은 이유는 전통적으로 독서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

영국독서협회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는 4132개의 일반 도서관과 656개의 이동형 도서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소, 병원, 양로원 등의 특수시설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도 1만 6903개에 달한다. 영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국 인구의 58%가 도서관 회원권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02-2003년도 자료).

평생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북스타트’ 프로그램이 시작된 곳도 영국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92년부터 아이가 있는 가정에 무료로 도서 및 안내 자료 꾸러미를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뉴캐슬 시립도서관에서 만난 할머니 메리(82)는 “도서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맘에 드는 책을 빌려와 읽는 것이 살아가는 낙”이라며 “주로 역사서나 자서전을 즐겨 읽지만 최근엔 ‘다빈치코드’도 흥미롭게 읽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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