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관 길상사 도서관, 활동 강화 

 


법정스님ㆍ김수환추기경ㆍ이해인수녀 서명본 열람 가능




 

 

 

 

 

 

 

 

 

 

 

 

 

 

 

 

지난 11일 입적한 법정스님이 창건한 서울 성북동 길상사는 서울 시내 사찰 가운데는 드물게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머리맡에 항상 책을 둘 정도로 책을 가까이했던 법정스님을 빼닮은 모습이다.

이 공간이 처음 마련된 것은 지난 2005년 길상사가 지장전을 새로 건축하면서부터다.

1층에 서가를 마련해 독서와 사경(寫經)을 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인데, 책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25일 정식으로 도서관 개관식도 열었다.

도서관의 크기는 서울시내 공공도서관보다는 비교적 작은 장서 5천여권 규모이지만, 도서관을 둘러보면 간혹 보석 같은 책들도 만날 수 있다.

법정스님의 저서 대부분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법정스님의 친필 서명본이나 스님과 가까이 지냈던 지인들이 스님에게 선물하며 쓴 헌사가 남아 있는 책들까지 이곳에 고스란히 비치돼 있기 때문이다.

길상사 도서관이 소장한 법정스님의 책 ’말과 침묵’에는 법정스님의 친필 서명이 보인다. 면지에 “청학(淸鶴)스님 혜존(惠存) 법정(法頂) 합장(合掌)”이라고 힘 있는 필치로 단출하게 적혀 있는 이 책은 법정스님이 자신과 함께 ’맑고향기롭게’ 운동을 펼쳤던 청학스님에게 선물했던 것을 청학스님이 도서관에 기증한 책으로 보인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구술로 쓰인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의 면지에는 “부처님 오신 날 초대와 모든 후의에 감사드립니다”라는 김 추기경의 헌사와 함께 2005년 5월 17일로 된 김 추기경의 서명이 보인다.

시인인 이해인 수녀가 1997년 부활절을 맞이해 “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라는 헌사와 함께 선물한 책 ’사랑할 땐 별이 되고’도 이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다.

동양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는 자신의 ’도올선생 중용강의’를 법정스님에게 선물하며 강한 붓글씨 필치로 헌사와 서명을 적었고, 동화작가 정채봉의 딸인 정리태는 아버지의 글을 애니메이션 동화로 옮겨 쓴 ’오세암’을 선물하며 “스님이 계셔서 저희 가족은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라고 단정한 글씨체로 적었다.

또, 도서관 한편에는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는 유언이 공개된 후 품절돼 서점을 찾은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무소유’ 등 법정스님의 저서들 거의 전부를 전시해 이용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들은 현재 누구나 도서관 내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으며, 길상사 도서관은 앞으로 서가에 꽂힌 책들의 관외 대출도 진행할 예정이다. 도서관 자원봉사자인 최원형(여.44) 씨는 “대출을 위한 전산 시스템은 이미 구축했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도서관팀이 꾸려지면 대출 체계도 갖출 예정”이라며 “대출은 길상사 신도 여부에 관계없이 지역주민 등 누구나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법정스님이 이끌던 봉사단체 ’맑고향기롭게’가 스님의 유언장을 공개하며 “독자들을 위해 언제든지 스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길상사 도서관이 작지만 알차게 책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법정스님이 기증한 책을 씨앗으로 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맑고향기롭게’의 김자경 사무국장은 “평소 법정스님은 책을 쌓아놓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나 필요한 곳에 나눠주셨는데, 길상사가 개원하면서부터는 ’도서관을 만들자’고 제안하며 매번 책을 길상사에 기증해오셨다”고 밝혔다.

생전에 법정스님은 길상사가 불자들이 와서 절하고 기도하는 곳인 동시에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여러 차례 밝혔다는 것이다.

법정스님이 책을 기증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후 여러 스님과 불자들, ’맑고향기롭게’ 회원들도 책 기증 행렬에 동참했다.

책에 대해서도 철저히 지켰던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스님의 숨결이 남아 있는 책을 비롯해 여러 양서들이 갖춰진 길상사 도서관 탄생으로 이어진 셈이다.

자원봉사자 최씨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최근에 구입한 50여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증받은 책”이라며 “앞으로는 길상사에서도 예산 등을 마련해 도서 구입을 할 예정이지만, 보다 많은 분들의 ’책 보시’가 있다면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