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눈
장석남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따스한 응시  >

시인의 이름은 장 석남
시인은 이제 마흔 다섯, 흰머리가 나올 나이다.
작은 눈은 언제나 애수에 젖은 듯 아름답다.
예닐곱 살 때는 연애 깨나 했을 것 같은 아름다운 눈이다.
거기에 있는 듯 없는 듯 보조개가 있을 것 같고,
귀여움이 그득한 미소 띤 얼굴,  얄팍한 눈매와 보조개에 푹 빠지면
맑고 순수한 호수 같은 눈 속에 헤맬 듯하다 .그 연애의 파탄과 기록의 글자들이 아름답다.


어느 한적한 물가 낚시터에서 고기가 아닌 시어를 낚다가,
십 년 전 그리움을 다시 펼쳐냈다.
그리운 사연이 못내 아쉬워
두어 글 다시 다듬어
젊은 시절 까만 머리숱이 반짝이던 시절
그 아름다운 물빛 흐르는 시어를 다시 그렸다.
섬세한 진실과 여운이 담겨 있다.
새 동네 때깔 좋은 옷으로 말끔히 차려 입고,


그때 시인의 가슴에 밀려 왔던 물결과,
가슴에 울리던 누군가의 기다림이,
여리고 순한 것을 못 잊어 하던
눈물이 그득하던 젖은 눈을 떠올리게 한다.
젖은 눈으로 응시하는 풍경에는 나무도 있고,
멧새와 바람도
봉숭아 어린잎도
결국엔 풍경과 동화된 그곳에 마음이 있다.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_ p 15「봉숭아를 심고」 중에서 -


 

섬세한 시인의 마음은 조심조심
물을 뿌리고,
슬픔이, 외로움이 이내 서정이 된다.
시선의 끝에는 새로운 세계로
빈자리를 향해 응시 할 곳을 찾는다.
그 곳이 새움 티 우는 곳 일 수도 있고,
위로해야할 풍경에 다시 옮겨 간다.
세상의 아픔까지 껴안은
풍경은 시인의 마음 속 에 머 문다

 
시인은 달과 별, 집과 길, 저녁 해와
숨 쉬는 소리와 쌀 안치는 소리, 배호의 노래,
나무들이 뿌리를 가지런히 하는 소리도 듣는다.
이것이 젖은 눈의 시학이라고 하나 ?
현대 문학상이며
김수영 문학상이 오래 전에 인정해 준
낮은 목소리의 소삭임과 함께
여전히 시는 유효하다.

 
새 빨간 노을 속에 번져가는 저녁 예불 소리 따라
신과 진리를 찾던 울림이 있었고,
손재주 좋던 시인의 손에선 장난감 대신에
가슴에 달빛 넘나드는 조용한 집을 짓고,
시어로 다듬은 자신의 세상을 꾸몄다.
강이며 바닷가의 풍경에 비치는 물결도 그린다.
십 년 전 물위를 건너가는 물결처럼.
애정 어린 응시가 눈에 그립다.

 
시인이 느릿하게 말을 아끼던
아름다운 서정 속 깊은 사랑이
감 꽃 , 파 꽃, 가을 빛 사랑에까지 물이 들고,
시로 부터 배운 삶과 애틋한 사랑이 가득 고여 있다.
어린 날의 기억과 성장의 아픔과 환희들에 대한 상념을,
그리고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시인을 엿본다.
수묵화처럼 여운이 남는 이 시집을
십 년 전 기회를 놓친, 시를 사랑하는 연인에게
꽃다발처럼 안긴다.
세 번째 사랑의 숨결을 추억하면서,

  -   <장석남 시집  젖은 눈, 문학 동네 , 2009 >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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