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 연작소설집
이시백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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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살림이 갈수록 답답하다. 땀 흘려 열심히 한 해 농사지어서 겨우 영농 자금 갚으며 빚에 쪼들리는 생활이 여의치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픔보다도 속사정이 더욱 어려운 농촌 생활의 여건에 상처가 깊어진다. 이런 농촌의 현실이  궁금하면 이 책에서 엿볼 만하다.

 

요즘의 농촌 생활은 예전 드라마 < 전원일기 >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의 애환에서 보여 졌던 이야기에서 좀 더 발전 된, 현대적인 문화생활 속에서 인간의 부딪힘이 삭막해져 가는 세상의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듯 그려냈다.

 

이문구의 < 우리 동네 > 같은 농민 소설을 표방하는 저자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이 작품의 농촌 생활은, 새마을 운동으로 변화 된 문화생활을 꾸려 나가지만, 농촌이라는 이유로 여러 번 당하기만 하고 사는 순박한 농민이 주인공이다.

 

농촌의 아픔과 그 속에서 이속을 챙기는 속물적 인간들이 벌이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대로 그려낸 농민 소설의 맥을 잇는 저자가 그린 농촌의 속사정을 대변하는 단면이 흥미 있게 펼쳐진다.

 

그 환경이란 거시 말은 그럴 듯헌디, 한 번 묶어 놓으믄 팔아 먹지도 못허게 허구, 깍아내지도 못허게 허는 거 아녀?  무슨 보전 지역으루 고시되믄 암 것두 못헌다는디.”
 - p179 -

 

농촌의 현실을 풍자하는 소설의 이야기 속에는 웃음 뒤에 숨겨진 짙은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숨겨져 있고, 눈앞에 벌어지는 주인공의 말투 하나하나가, 되새김질로 읽어야 글맛이 흥이 난다.

 

유쾌한 사투리와 농촌의 삶이 어우러지는 토속적인 소재로 버무려진 잘 구성 된 단편의 묘미가 감칠 맛나고. 연작으로 이어지는 의미심장한 농촌의 풍경을 11개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엮어냈다.

 

농촌의 순박한 인심이 사라져가는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으로 담아 낸 이야기라, 도시화 되어가는 변화 속에서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어 설 수 없는 절박함이 도사리고 있는 점이 크게 공감이 간다.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더욱 공감을 느끼는 면과, 농민의 소리를 들어보는 속풀이 한마당을 마련 해 준 이야기 전개는 ,구수하고 감칠 맛 나는 언어로 전개 되는 해학과,  재미있게 읽는 가운데 작가가 귀띔하는 현실의 풍자에 눈이 뜨인다.

 

“암만 근디 메칠 있다 노란 조끼 입은 젊은 것들이 떼루다 몰려 왔는디, 맞구먼, (중략 ) 그 것들이 골프장이건 화장장이건 들어서는 곳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는 것들인디, 제 땀 흘려 밥 한 톨 먹은 적 읎는 날건달이거나 강패넘들이라드만.”
  - p  225 -

 

낭만이 사라진 농민의 삶과 현실의 벽을 실감하는 이 책은, 11가지 색갈로 단편 소설의 묘미를 얻고, 섬세하게 포착한 우리네 농촌의 속살이 드러나는 절박한 이야기가 전편에 흐르는 이야기의 터전은  농촌의 현주소다. 

 

저자의 실제 농촌 경험을 바탕으로 익살과 청승으로 버무리고, 때로는 격분 하는 사연에는 주인공의 상처를 쓰다듬는 고통의 흔적도 보인다. 농민의 애타는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한 우리네 이웃의 급박한 목소리를 능청스럽게 풀어내어 속 시원하다.

 

땅 두더지처럼 흙만 파먹던 농민이 갑자기 도시 바람이 불어 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가슴 아픈 사연이나, 이웃의 다정 했던 인심이 질펀한 논바닥에 나 둥그러지는 풍경에 마음이 짠해지고, 개 값 한 번 오지게 문 이야기 속에 베트남 신부의 어처구니없는 깊은 속내가 함께 얽혀진다.

 

돈 때문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무너지는 현장도 보이고, 농촌의 삶이 도시화의 상품으로 변화 되어 가는 농촌의 비애가 두꺼비 같이 껌벅 이는 말석이의 퉁방울눈에 눈물을 맺히게 하여, 시선을 붙잡고 놓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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