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소설 중독자의 서재를 넘겨다보며

 

소설중독자이며 ,작가 중에서 발품과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하는 작가로 명성이 난  저자의 깊은 구상의 샘물은 얼마나 깊을까? 문학 작품의 비평도 하는, 날카로운 눈썰미를 가늠할 만한,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작품에 대한 섬세한 시선의 향방이 신비롭게 펼쳐질 책이길 기대 하며 뒤적뒤적 한다.

 

역사 소설의 신기원을 이룬 저자답게, 열하일기를 둘러 싼 백탑 파에 대한 작품과, 허균의 최후를 실감나게 되살리고, 인간적인 이순신을 드라마로 까지 펼친 저력을 느낀다. 황진이와 송도 비경을 거닐게 하고,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의 애잔한 마음도 세심하게 그려냈던 저자의 힘의 원천을 엿 본다.

 

집필실에서 아마도 진해 벚꽃의 향취를 기억하며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거나, 가끔 가야금 선율과 김광석의 호소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이 책 저 책 뒤적이는 모습을 상상 한다. 검은 테 안경 너머 순수한 영혼을 빛내며, 삶의 열정을 불태우는 저자의 골방 책장에 꽂힌 인상 깊은 책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매혹적인 이야기 속 주인공을 창작해 내는 작가의 산실에서 빛나는 책은 과연 무엇일까? 12살 유년기 결핵의 아픔을 딛고 이야기를 사랑하는 영혼을 살찌운 삶의 질주에 희망의 불꽃으로 피어난 책이 궁금하다. 시인을 열망하다가 소설 중독자로 변화된 삶의 동반자가 되었던 책의 목록이 다채롭다.

 

독서 에세이로 풀어 본 < 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은, 저자의 최근 독서 일기를 살펴보는 책이다. 시인을 꿈 꿨던 저자가, 발자크나 톨스토이의 작품에 비길 만한 180권 180책의 장편 규방문학 <완월희맹연 >이라는 결 고운 연애 소설 등의 열독을 시작으로 역사 소설의 인연을 맺은 사연도 있다.

 

“이 소설의 참다운 독법은 기억하는 고통 보다 망각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소설이 인생을 가장 많이 닮은 예술이라면, 기억과 망각이 부부처럼 어우러진대도 탓할 일이 아니다.” - p267 -

 

< 혜초 >같은 대작을 내 놓으며 대하소설의 매력을 예찬하는 저자는, 여러 장편을 소개한다. 조조 휘하의 참모 순욱을 칭송하는 삼국지연의를 비롯하여, 태백산맥, 그리스의 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등 장편의 매력을 발산하는 책이나, 흥미로운 단편에 이야기까지, 각박한 일상에 지쳐 신음할 때 따스한 입김을 불어주는 희망의 책을 발견 한다.

 

선물하기에도 좋고, 작가의 꿈을 요리하는 길잡이 책으로 꼽는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를 비롯해, 책 한 권의 기적을 이루는, 노벨상에 빛나는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 >등 장르와 작가를 불문한다. 한국인의 긍지를 찾고, 예술의 힘을 느끼고, 독서에 열정을 바쳤던, 각 분야 영향을 끼친 100 여권의 책이 등장 한다.

 

삶의 다른 이름 예술의 지향을 일깨운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에서 출발한 작가적 열망이 깊이 호흡 한다. 헤세, 헤밍웨이, 카프카, 릴케 등이 탄생 시킨 명작의 감동이 물결친다. 시집은 시집대로, 여행서는 여행서대로, 그 화려한 빛을 발하는 다채로운 인생을 맛보게 한다.

 

세상과의 소통을 책으로 떠나는 책의 여행은, 감방에서 지도를 보며 상상여행을 했다는 작가 황석영의 일화처럼, 책 속의 보물을 찾는 독서의 여행이다. 멀리 타클라마칸까지 이어지는 다채로움이 있다. <왕오천축국전 >이나 <인도여행 >을 통해 길의 역사와 영혼의 스승을 찾아 진리의 등불을 켜는 일정에 동감한다.

 

" 나그넷길 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이고 자기 탐구의 길이다." 삶과 죽음을 넘어서 영혼의 순례를 쉼 없이 잇는 깨달음의 땅이 인도이다.  - P 187 -

 

독서의 실크로드 같은 과거와 미래를 어우르는 맑은 영혼의 숨결을 탐색하는 독서 열정은, 역사, 과학, 만화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본 <황룡사, 세계 중심을 꿈꾸다 >에 대한 지적이나, 과학과 예술의 역사를 살피는 면이 날카롭다. 50년 후 나의 미래를 꿈꿔 보게 하는, <미래 생활 사전 >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여행이다.

 

동서양의 고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국내외 유명 서적의 아름다운 문체로 영혼을 일깨운 사연을 한 자리에 담아낸 이 책은, 독특하고 인상 깊었던 책을 위주로 선별하여, 책과 책이 겹치는 섬세한 만남을 담아냈다. 문고판 양장본의 이 책이, '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유익한 책을 찾는 시각을 넓혀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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