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의 명품 탐구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 규장각 보물로 살펴보는 조선시대 문화사
신병주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9월

조선왕조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실 중에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간 보물 의궤가 있다. 의궤의 진귀한 가치를 공감한다면, 의궤가 수장 되었던 규장각의 수난 역사와 전쟁과 사화의 오랜 위험의 고비를 견뎌내어 칭송하고 기릴만한 유네스코가 인정한 화려한 기록 유산의 가치를 찾아 볼만 하다.


“규장각에 소장 된 '명품' 기록물에는 앞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삶과 생각의 자취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인들의 문화 역량이 함축 되어 있다. 그들이 남긴 책, 지도, 서화첩 하나하나에 투철한 기록 정신과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 P 6 ~ 7 -


<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은 조선 시대 기록 문화의 창고, 규장각의 명품을 찾아, 조상의 슬기를 엿보고 문화 역량을 실감하는 기록 문화에 대한 명품 여행이다. 비록 맛보기로 대표적인 것에 그치지만 이 분야의 중요한 가치를 찾는 소중한 책이다.


우리 조상들이 세계에서 인정할 만한 놀라운 기록의 힘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을 증명하는 이 책은, 왕실의 수많은 귀중한 사료들이 보관되어 있던 규장각의 보물 탐색을 통해서 조선시대 지식인의 사상과 시대적 흐름도 느낄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정조의 대표적 치적으로 무궁무진한 보물이 존재하는 규장각의 실체를 탐색하고, 학문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개혁 정치를 펼치려 했던 조선의 역사 세계로 떠나본다. 그리고 개혁 정책 추진의 중심에서 국난의 어려움을 이겨나갈 단서도 찾아본다.


법고창신 정신에서 문화 중흥을 이끌어 내는 두뇌 집단의 산실로 학문연구에 몰두하게 배려했던 규장각의 선비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귀중한 자료의 간행과 보존의 역할을 하려한 규장각의 역사와 어진이나 어필 등 귀중한 유물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기록정신의 철두철미함을 새삼 느낀다.


조선시대 사상과 문화에 대해 여러 저서를 낸바 있는 저자는, 이미 국가의 공식 연대기를 비롯하여 국가의 주요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기록문화의 꽃 의궤에 대한 연구관련 저서와 영조나 정조의 치적에 대한 학문적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규장각 대표 연구원으로 활동해 온 저자가 안내하는 풍부한 시각자료와 흥미로운 일화는 이 책의 장점이다. 그 생생함과 구체성으로 진귀한 보물을 직접 대하는 듯 환희와 엄숙함이 들게 한다. 책장을 펼칠수록 미래를 위한 지혜의 원천으로 삼을 만한 보물 창고임을 공감한다.


왕의 숨결이 느껴지는 어필은 물론이고, 잘 알려진 조선 왕조 실록을 비롯한 왕실 문서, 서책, 털 끝 하나에도 정신을 다한 초상화나, 화인의 혼이 깃든 기록화,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희귀한 지도 등 국보급 소장품에 대한 기록역사의 명품이 빛나고 있다.

 
조선시대의 백과사전과 학습서, 역관의 체계적인 교육의 기록이나, 세계와 국토에 대한 인식이 상세하고 다양하게 표현된 지도에서 군현의 지도에 이르는 보물의 발견은, 대동여지도만 알았던 우리의 시각을 넓혀준다. 특히 매력적인 발견은 세계를 향한 조선시대 선비의 지혜를 살피는 흥미로운 사실이다.


지도 하나를 복원하기 위해 십오륙 년을 공들인 사연 등에서 명품의 소중함을 찾거나, 조선의 아픈 역사를 마주치는 장면도 있다. 해외에 있는 지도 등 문화재 중에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에 있던 의궤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문화재 회수에 대한 강한 의욕을 느끼게 한다.


조선시대 판 타임캡슐 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이 93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긴 사연과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인 의궤를 통해 되살아난 화려한 조선 왕실의 품위를 되찾게 한다. 또한, 북학파 학자를 비롯한 조선 학자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세계적으로 기록문화가 탁월했음을 증명하는 화성에 대한 자료, 청계천 준천의 의미를 통한 감동, 세계지도나 백과사전을 통해 알 수 있는 실학파의 열린 사고를 추구하는 학문의 실체를 확인하는 선비의 정신세계가 담긴 개인문집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독특한 명품을 발견하는 환희의 기쁨을 맛본다.


무엇보다 규장각이야 말로 한국 문화의 우수한 힘의 산실이며, 후손의 긍지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그리고 의궤가 세계기록유산으로 가치를 인정한 만큼 기록 문화의 명품의 가치를 발견하는 책에서, 정조 임금이 펼치려던 원대한 꿈, 이상은 우리의 이상이라고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