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사랑하는 분이 쓴 글에서, 헌책방 이야기를 다룬 내용에 크게 공감을 느낀 일이 있다. 절판 된 책을 만난 기쁨을 표현한 장면이 담긴 글이 특히 기억이 난다. 절판이 되어 오랫동안 찾던 책을 극적으로 만나면서, 이런 좋은 책이 다시 출간 되 길 희망 한다는 간곡한 요지의 글을 표현한 글이었는데, 읽으면서 깊이 공감을 한 적이 있다.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생활 >이라는 뿌리 깊은 나무에서 나온 책을 만난 이야기도 그중의 하나이다. 뿌리 깊은 나무 (1984년 판 )에서 나온 좋은 책 중에 다시 나왔으면 희망하는 책으로 기억할 만한 좋은 책이었다. 그렇게 꿈에서 그리던 책이 이렇게 새 옷으로 새롭게 그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빛나게 되어 몹시 반가웠다.그런 뜻에서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약 100 여 년 전의 조선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 책은, 파란 눈을 가진 서양 여인의 눈으로 당시의 풍습과 의식주에 대한 관찰을 사실 그대로 그려 낸 것이 특징 이다. 특히 나라의 높은 분에서부터 민초의 고생스런 모습에 이르기까지, 약 15 년간의 생활을 하면서 만나고 겪은 조선의 생활을 묘사한 것이 인상적 이다. 명성 왕후의 이야기도 실감나게 담겨진 일기 형식의 글에 사진을 붙여 펴낸 회고록 이다.


비교적 소박 하게 쓰인 글에서, 개중에는 비판적인 염려도 여러 곳에 눈에 띤다. 종교적인 면은 제외 된 형태 이지만, 초기 성경을 번역하던 고심의 글이나, 미신을 믿는 상투 장이들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자 노심초사했던 시련과 고통의 고비를 신앙심 깊은 봉사의 마음으로 이겨낸 행복한 추억의 선교 생활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조선의 생활을 적은 글의 주인공은, 미국 시카고에서 신앙생활을 하다 선교를 위한 의료 수업까지 이수한 39살의 여성이, 인도로 가려던 예정 선교 대상지가 조선으로 바뀌면서 운명적인 인연의 끈은 이 땅 조선에 오게 된다. 그로부터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히는 삶에 이르는 여인이, 15년간의 조선에 대한 시련과 고통의 시대를 보낸 행적을 적은 사실적인 묘사의 글을 묶어 낸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아일랜드 사람과 조선 사람은 아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이 두 나라의 사람은 모두 낙천적이고 태평스럽고 감성적이고 인정이 많고 친절하고 너그럽다.”
- p280 -


그 당시의 조선은, 개화의 물결이 일고, 외세열강의 침략에 조선의 기운이 다해가던 어려움을 맞던 시기였다. 조선의 사건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겪게 된 것이 표현 된다. 격동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눈에 보이듯 그려낸 글에는, 고종의 모욕이나 명성왕후에 대한 인연과 을미사변 이후의 조정 대신의 당황한 모습을 포함한 을사조약 때 까지 긴박한 상황을 매우 실감 있게 묘사하여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이 그려 냈다.


“왕비의 암살, 상투 자르기, 그 때에 행해졌던 가혹하고 힘겨운 법률들, 사실상의 연금 상태에서 임금이 겼었던 쓰라린 수모, 죽은 왕비에게 가해진 모욕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p 284 -


선교를 위한 의술과 교육을 통한 활동을 펼치는 모습은 물론이고, 초반부에 담긴 신혼여행 이야기는, 여건이 충분치 못했던 여행 일정이, 호기심 반 놀라움 반으로 흥미 롭게 펼쳐진다. 거의 모험에 가까운 여행 기록은 이국적인 풍경과의 만남이 괴롭기도 한 듯하다. 간이침대와 욕조까지 준비한 여행 이었지만, 위생 관념이 부족한 시골 사람의 거처를 보는 눈은 안타깝고 불결함에 놀라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낮게 깔린 버섯 밭 '같은 인상을 받은 초가집을 만나는 신혼여행 중에 갖가지 어려움과, 교통이 원활 치 않은 불편이나 도적떼 까지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벼룩을 피하기 위해 고심한 이야기는 여자의 몸이기에 더욱 심하게 느낀 듯하다. 상투에 대한 특별한 기억과 조선의 풍습에 대한 느낌이 기록됐다. 압록강 부근에서 중국과 비교 관찰 한 점은 색다른 시각으로 느껴지는 내용이다. 그녀가 조언한 것 중에 '버는 대로 먹어 치우는 습관'을 고치라는 소중한 일침도 있다.


명성 왕후에 대해서, 총명하고 지성이 넘치는 여장부이면서 인간적인 면을 많이 발견한 글이 인상 깊고, 당시 조선 복식에 대한 느낌은 자료의 가치가 클 듯하다. 동학에서 갑신정변, 을사조약에 이르는 근대사의 격변을 겪으며, 선교, 의료, 교육에 열정을 보인 신앙과 봉사의 생활이 지금의 아프리카의 선교처럼 미개했던 조선의 횃불이 되려는 삶에서 희생과 사랑의 씨앗을 뿌린 한 여인의 생생한 기록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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