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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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같은 성격이 인상 깊듯이, 존 게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위 음악가의 일화도 독특하다. 곡명이 '4분 33초 '라는 음악에 얽힌 잘 알려진 실화가 있다. 존 게이지가 공연 중에 무대에서 인사만 하고 피아노에 앉아 조용히 앉아 있다가 객석에 인사만 해 놓고, 그것이 훌륭한 예술적인 연주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가 연주한 곡명 '4분 33초'라는 악기를 통하지 않고도 긴장과 흥분을 느꼈다는 점에 대해서, 이런 것도 음악이라는 주장을 펴는 시각의 이야기가 있다. 황당한 실화이지만, 이런 것이 발상의 전환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긍정할 만하다. 이렇게 음악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음악 관련 직업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는 8편의 짧은 이야기를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소재로 쓰인 음악 관련 직업은, 피아니스트, DJ 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 계통의 직업군이 각 이야기의 소재이다. 각기 다른 단편이면서 모두 음악과 관련이 있는 단편 소설 모음이다. 저자는 김천이 고향이고, 그 고향에서 즐겨보던 음악 잡지, 영화, 야구 잡지를 보던 지난날의 향수에 젖어난다. 잡지 같은 이야기 속에 흥미로운 기억을 한 권의 책 속에 쏟아 놓아 즐거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피웠다.


아마도 저자는 최소한 홍대 근처 DJ의 공연에 흥미를 느낀 시절도 있어서, 관심 있게 보았던 듯싶다. 예를 들어, 비닐 광 시대에 나오는 장면 중에서 입으로 스크래치 하는 랩을 실감 나게  소리를 재현해 낸다. 저자가 이 책을 8개의 카세트로 담긴 음악 녹음테이프로 상상하길 희망하는 것처럼, 실제로 음반이나 CD로 첨부된다면, 더욱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듯싶다.


음악 리믹스에 대한 토론의 소재가 되는 이야기 로 DJ를 아름다운 음악을 전파하는 아티스트로 대하는가? 아니면 DJ를 혐오할 수밖에 없는 적으로 대하며, 남의 음악을 잘라 먹는 구제 불능의 존재로 치부하는 자인가.? 고민 해야할 갈림길에서 서성거리게 되는 작품도 있다. 인간의 직업에 대한 긍지나 비틀어진 비트를 하나로 연결하는 재주를 예찬하는 DJ 직업을 소설 속에 그린 작품이 비닐 광 시대인데 가장 흥미롭다.
 

"디제이가 무슨 디딜방아 인 줄 아시나. (중략) 판만 돌린다고 디제인 줄 아시나,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는 것만 또 하고 싶어지면 디제이 하지마라. 두 개의 음악을 섞어 섞어. 제대로 섞어야지 일찌감치 집에 가서 화투 패나 섞어 섞어."
  - P102 -



주인공이 지하실에 감금되어 겪는 긴장감 넘치는 공포감을 주거나, 턴테이블을 연결한  모습의 형상인 귀여운 코알라와의 대화에서 ‘누군가의 밑그림이 되거나 영향을 주고받는다.’ 라는 이야기가 철학적인 느낌을 준다. 개인의 취미와 재주를 중요시하고 즐거움이 삶의 중요한 가치로 두는 대중문화 세계의 찬가로 표현되는 작품이 많다.


각각 흩어진 작품이면서 하나의 연결 끈이 관통하는 작품으로 묶여 있다. 나와 B라는 작품의 기타 연주자 들이 햇빛을 싫어하는 야행성 활동으로 바뀌는 삶의 일상에서 변화되어 가는 취미의 진정성과 ‘좋아 한다 면 두세 번은 시도해봐야지 !’라는 논리를 편다. 음악의 길에서 자기의 길을 찾는 주인공의 결심이 크게 마음을 감동시킨다. 캠코더로 인물 다큐를 찍는 부분에서, 성공한 인물의 다큐로 사용하는 결말일까 ? 하는 나의 짐작은 저자의 철학 아래 여지없이 무너졌다.


‘ 기억이란 중력의 법칙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꼭  붙들고 있는 기억만 조금씩 남아 있을 뿐이다.’
   - P 209 -



저자의 작품 경향은 어두운 듯 하면서 삶의 밝은 부분을 즐겁게 그린다. 인생 화보에서 재미의 주제를 음악에서 찾는 이 책은, 철학적 단상과 약간 비틀어진 존재의 인간이 얽혀 있는 세상을 독특하게 그려낸다. 기술 문명의 발달에 미쳐 따라가지 않는 인간의 모습과, 소리의 감각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직접 그린 카툰 같은 작품의 경향을 나타내는 표현이나 표지 디자인, 그리고 각 소제목의 작품을 문으로 표현하는 점이 새롭게 신선함을 주려는 의도가 보이는 여행이다.


 ‘삶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다리 타기 놀이처럼 한 번 시작되면 절대 항로를 바꿀 수 없는 규칙을 따라서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할 수 밖에 없는 게임 인지도 모른다.’
    - P 208 -


엇박자에서 합창단원으로 음치를 표현한 인물을 그렸지만, 직접적 가수를 표방하는 가수의 삶을 표현한 작품은 안 보인다. ‘소리는 생성되는 즉시 소멸한다.’라는 철학 성을 높이 산다. 앞으로 가수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소리나 청각의 이상으로 고민하는 구성도 그려봄직 하다. 기억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상상 세계는 특이한 형상이 무한대이므로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멋진 작품으로 독특한 감동세계를 넓혀 가는 작품을 희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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