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작가의 작품 중에서 장총찬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간 시장>이라는 소설이 있다. 이 작품을 영상화했을 때 기억할 만한 만족의 연기를 펼친 배우가 있었다. <고교얄개>로 인기를 얻었던 정의의 사나이 진유영 이라는 멋진 배우였다. 하이틴 배우에서 지금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감독 겸 제작자로 나선 배우의 인생을 그린 진솔한 글이다. 그가 카메라를 처음 접하던 70년대에서부터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하다가, 4년간 미국 생활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매력에 빠진 연예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속시원히 해주고 있다. 그중에는 연예계 비화처럼 여겨지는 임예진과의 사랑이야기나, 같이 활동하던 많은 배우와 얽힌 다양한 사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의 도전과 이유 있는 변신 속에는 고독과 향수를 달래야 했던 미국의 타향살이, 화려한 불빛에 가려진 교포 사회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사연이 소개된다. "나는 아스팔트 위로 흐르는 시뻘건 국물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눈물과 콧물까지 섞인 액체가 뜨겁게 목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불야성을 이룬 라스베이거스의 아스팔트에 엎드린 동양 청년은 무엇을 마셨을까. 그가 핥은 것은 설움이고 슬픔이고 향수였다." -「라스베이거스 짬뽕 사건」 중에서 - 배우와 감독을 모두 체험했던 자신의 연륜이 묻어나는 자전적 이야기를 에세이로 재미있게 풀어낸 이 책에서, 드라마와 영화에 비치지 않은 카메라 안팎의 숨겨진 비화가 더 많을 듯한데 대표적인 사연 일부만 소개된 듯해서 무척 아쉽다. 특히 하이틴 배우 시절에 같이 활동하던 김정훈이나 이승현 등 옛 배우의 근황을 떠올리는 글이나, 외주방송이라는 제작 환경 때문에 당해야 하는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내용을, <도전 지구 탐험대> 에 출연한 후 병사한 탤런트 故 김성찬 사건을 좀 더 자세히 다루었으면 한다. 그동안 겪은 좌절과 성공이 그려진 저자의 인생을 통해서 평범하지 않은 연예계 생활을 엿보게 한다.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낸 진솔한 이야기이여서 쉽게 읽혀진다. 무엇보다 뚝심과 배짱으로 배우 진유영에서 감독 진유영으로 바뀐 인생철학이 녹아난 연예인생 회상기에셔 진한 영화 사랑을 느낀다. 젊은이에게 푸른 꿈을 심어주는 이야기도 있고, 연예계를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화려함 속의 감춰진 비애도 곁들여 있음을 체험적으로 소개한다. 출연했던 작품 목록과 제작 감독한 다큐 멘터리 작품의 연보나 더 많은 사진이 소개됐으면 발자취를 돌아보는데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