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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 이덕일의 시대에 도전한 사람들
이덕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역사 인물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당대의 평가보다 후대 역사가에 의해 재평가된다. 당대에는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인물이 후대의 관점에서는 위대한 인물로 재평가가 되곤 한다.
역사학자 이덕일님의 저서 <시원하게 죽여라 >에 나오는 25명의 위인이 역사적 재평가를 내릴 만한 인물이다. 제목처럼 말하며 죽음 앞에 당당했던 김일경을 비롯한 당대에는 불협화음으로 뜻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던 대표적인 인물의 삶을 살펴보았다.
시대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 25명 중에는 첫머리의 정도전과 조식이 눈에 띈다. 주자학 시대에 양명학을 내세운 학자 정제두를 비롯한 선각자의 삶을 들여다 본다. 그 중 단종 폐위의 거친 세상을 자신의 방법으로 소통한 김시습의 남다른 행보가 독특하다.
눈에 띄는 인물에는 정제두의 제자 이광사의 삶도 의미 있다. 이광사는 유배지에서 한을 품고 죽으며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헤이그 열사 이준, 이상열도 정제두의 강화학파를 잇는 후예라고 한다.
선각자의 삶을 산 인물의 공통점은 음지에 가려진 불운한 학자로 단지 시대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탓으로 소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점이다. 대쪽 같은 선비 정신으로 실사구시를 주장한 비범함을 잃지 않았던 삶이었다.
과거에서 미래로 향한 역사의 힘을 자극받는 인물의 삶이 후손에 의해 자랑스럽게 이어간다면 좋을 텐데 그들의 선비정신을 살려갈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내가 가면 길이 된다."고 당당히 걸어간 선각자의 삶은 과거의 삶에서 미래의 삶이 되는 자극을 받게 된다.
"요즘 공부하는 자들을 보건데, 손으로 물 뿌리고 빗질하는 법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천 리를 담론하여 헛된 이름이나 훔쳐서 남들을 속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리어 남에게서 사기나 당하고 그 피해가 다른 사람에게 미칩니다." ( p 39 , 조식이 퇴계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그들의 삶에서 주장을 살피고 새로운 질서의 타당성을 역사의 이름으로 비판하는 이 책의 장점은, 음지의 인물을 발굴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서북차별에 맞선 혁명파 홍경래나 이징옥, 인조반정을 쿠테타라로 몰아세운 유몽인, 사농공상 모두 일해야 한다는 <연려실기술>을 지은 이 긍익의 주장을 높이 새겨볼 만하다.
멀리 중국에 까지 이름을 알렸던 여류 시인의 삶도 본 받을만한 인물이다. 여자의 몸으로 저항 시인의 삶을 불태운 허난설헌의 불행한 삶과, 근세의 인물로 이승만 정권에 맞서 싸운 투쟁의 삶을 보내며 독립운동을 펼친 유학자 김창숙의 삶이 돋보였다.
서열의 반열에서 고군분투한 인물로 발해고를 지은 유득공의 역사인식에 대한 혁명적 사고가 빛나고, 청나라와 적극적인 문물 교류를 원했던 <북학의>의 저자 박제가의 백성을 생각한 이용후생의 실천을 배울 만 하다.정조의 시대를 빛냈던 인물 중의 하나이면서 재평가 할만한 경제가이다.
"천지에는 오히려 공론이라는 것이 있으니 나의 억울함은 위관 이하가 모두 잘 알것이다 "라고 자심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중략) 서얼로 태어나 이용후생으로 국부증진을 꿈꿨던 경제가의 죽음이었다. ( p 231, 박제가 )
"너희 들의 시대는 나의 시대와 다른가 ? 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답변할 용기가 없다. 아직도 논쟁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소통의 벽은 원활하지 않은 편이어서 역사의 평가에 떳떳할 수 있도록 정도를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책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