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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잡기 - 일본인의 조선정탐록
혼마 규스케 지음, 최혜주 옮김 / 김영사 / 2008년 6월
평점 :
최근 일본에서 욘사마 배용준의 인기는 대단하다고 한다. 그만큼 스타 배용준은 한류 문화를 빛내주는 큰 줄기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듯 하다.
일본사람이 배용준을 통하여 우리문화를 보는 것이 곧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약 100년전의 당시 조선의 모습은 어떻했을까?
개항 직후의 흑백 사진으로 남은 조선의 모습은 전통적인 풍속을 고수한채 암울한 시대의 정치,경제 상황이 겨우 세계의 눈에 띈 고립국의 처지라고 생각 하는 책이 있다.
외세에게 닫혔던 문을 열자 일본인의 수가 많아지고, 청일 전쟁을 일본이 승리한 후로는 더욱 많은 일본인의 왕래가 빈번 해 지려는 그런 와중에는 개황 초기에 조선을 정탐 하면서 조선의 풍속과 실상을 정탐해 간 한 지식인의 기록이다.
어수거사라는 필명으로 1894년, 이륙신보에 조선을 다녀간 이야기를 연재했던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이다. 저자는 조선에서 약방을 거점으로 조선 팔도의 생활상과 조선인의 생각을 읽어낸 정탐 꾼 노릇을 할 만큼 치밀하게 조선의 모든 것을 살펴 보았다.
저자의 눈에는 기이한 풍속으로 보이는 풍습이 수없이 많았다. 그 중에는 언어 풍습을 비롯한 일상 생활의 크고 작은 조선인의 전통 풍속이나 전래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시선으로 밝힌 약 150여편의 다양한 주제로 조선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땅에 존재했던 조선인의 삶을 진지하게 드려다 본 외국인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지적한 점이 큰 특징이다. 그 내용의 사실 여부가 조금은 의심스럽지만, 대부분의 기록이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판단에서 이뤄진 내용은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크게 8개 항목으로 구분한 것 중에는, 언어, 역사, 조선인의 기질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궁궐의 상황도 보는가하면 문화 예술 경제 사회의 조선 풍속과 생활을 빠짐없이 살펴 본 것을 일제 강점기 일본인의 한국사 인식을 연구하는 역자가 세심하게 옮겼다.
조선 여행의 일화를 소개 하는 내용이면서, 정탐을 목적으로하는 조선의 사정을 지켜 본 저자의 시각이 약 100년 전 조선의 이미지 형상에 당시의 상황으로 한 몫을 발휘한 대단한 여행기이다.
조선의 주 이미지로 순진하고, 무사 태평한 모습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폄하한 듯한 풍조가 엿 보인다. 당시의 풍경 속에는 불결하거나 나태하며 부패 풍조를 꼬집는,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한 대목이 빈번한데, 조선 통신사가 전해준 선진 문물은 잘 모르는 듯하다.
저자가 여행 중에, '왜눔'이라는 멸시를 받으며 경험한 시각에는 정한론적 의미도 간헐적으로 눈에 띈다. 정탐의 눈은 조선의 풍경을 극히 부정적으로 본 성향이 짙다. 그 이유로는 조선을 보는 애정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조선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3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왕이 현명해서 구미의여러 제왕 사이에 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둘은 경성 사방의 풍광이 아름다운 것, 셋은 조선인의 의관이 한아 (閑雅 )한 것."
- p 259 -
단편적인 글에는 조선의 형상이 많이 왜곡 된 것이 사실이다. 문화적 몰이해도 있지만 서양인의 따듯한 시각에 반하는, 일본인의 교묘한 흑심이 숨겨진 계락이 직시의 눈을 가린 탓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왜곡된 시각의 애정이 빠진 정탐록이다.
"경성이 우리나라 세력이 지나인의 아래에 있다면 우리는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3항구에서 우리 세력이 그들보다 우세해도 감히 자랑하지 못할 것이다. "
- p 194 -
그럼에도, 근세 조선을 바라본 외국인의 시각으로 우리의 실상을 살핀 것으로 보기 드문 사료의 가치가 있다. 한양대 정민 교수가 사료로 인정하는 이 책은, 조선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역사 교양을 넓히는 자료로 완역한 뜻 깊은 책이다. 그래서 역사 교훈을 얻는 책으로 널리 읽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