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네마다 있는 마을문고를 사랑할 것이다. 주민의 정성으로 사들이는 새 책의 느낌도 좋지만, 헌책의 매력도 빠질 수 없다. 헌책이 쌓인 마을문고 책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마을문고 책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책의 묵은 향기에 빠지는 매력도 좋고, 마음 졸여 찾던 책을 찾는 기쁨도 잊을 수 없다. 만약에 그 책이 희귀본이었다면 뛸 듯이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허름한 실내에 아무렇게나 쌓고 늘어놓은 '고서적 장터'에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을 만나는 기쁨이란... 지붕과 숲을 적시던 노을과 함께 책 마을에서 보낸 여덟 시간이 저물어간다."
 -  p 316 -


미술을 전공하는 화가이며 미술 평론가이고 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저자 정진국이 찾은 유럽의 책 마을은, 헌책 향기가 풀풀 나는 아름다운 책을 사랑하는 곳으로 책을 파는 점만 마을문고와 다르다.


잘 알려진 영국 웨일스의 헤이 온 와이를 비롯한, 책의 장터를 이룬 유럽 책 마을 24곳을 찾아 책의 추억이 담긴 120여 장의 사진을 골라 싣고 책과 책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엮은 책 마을 순례기이다.


유럽의 구석구석을 보석처럼 빛나는 책 마을을 찾아 세월의 흔적을 안은 책 마을의 유래와 책 동네 사람의 소박한 인정이 흐르는 풍경을 담아내고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아보았다.


책과 술, 낭만이 어우러지는 스위스의 작은 책 마을을 비롯한 유럽의 책 마을 이야기를 시작으로, 반 고흐의 자취가 머무는 벨기에 책 장터에서 화가 반 고흐의 시련기를 생각하며 남다른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인상적인 모습도 보인다.


고즈넉한 풍경이 머문 곳에서 만난 진귀한 책이 좋고, 동화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어린 왕자의 책 모형이 반기는 책 마을도 흥미롭다. 마치 우리의 책 전시회 행사에서나 만나는 보기 드문 풍경을 만난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게 하는 운치 있고 특색 있는 책 마을의 책 문화를 자랑하는 내용을 모아 놓은 여행 보고서 같은 느낌이지만, 헌책의 모습에서 풍기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고풍스럽게 꾸며낸 책 장정이 사랑스럽게 다듬어졌다.


우리나라에도 헌책을 모아 박물관으로 꾸미고 책 마을 꿈꾸던 사람이 있었다. 책을 사랑하도록 지원하는 지역의 힘이 미치지 못해 중단 상태인 안타까운 현실이나, 사라지는 청계천 헌책방의 추억을 이 책을 계기로 더욱 아쉽게 생각한다.


책 박물관이나 책의 가치를 높이는 마을문고를 활성화하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낌없이 이어지길 고대한다. 독서문화 꽃피우는 아름다운 책이 모인 마을문고에 혼을 불어 넣고 싶은 마음으로, 마을문고의 부흥을 이 책에서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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