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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 - 평균 나이 55세, 첫 무대에 오른 늦깎이 배우들의 이야기
안은영 외 지음 / SISO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중년의 의미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중년은 “청년과 노년 사이의 나이. 곧,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라고 나온다. 하지만 요즘 같이 평균수명이 올라간 시대에는 조금 맞지 않는 정의인 것 같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정의 때문에 실제 정신적 나이보다 더 일찍 우리는 늙어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중년의 나이에 첫 연극 무대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치고 있다. B2S라는 극단을 만들고, 연극을 하고 글도 쓰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겪는 에피소드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것을 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으로 시작했다가, 이왕하는 거 열심히 해보자 하는 오기로, 그러다 힘들고 지쳐 때론 포기하고자하는 유혹에 시달리다가, 결국 여러번 무대에 올리는 성공을 거두며 앞으로의 인생을 살 새로운 동력을 얻는 과정을 보면 참 그분들의 도전이 멋지고 경이롭기 까지 하다.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부분은 정호정 배우가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캐릭터에 너무 몰입되었었는지 정호정 배우가 기운이 없자,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엄마인 정호정에게, 연기를 더 맘껏 하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 나도 오십 넘으면 엄마처럼 살수 있을까.?”
“우리가 불편한 것 좀 참으면 돼. 엄마는 맘껏 연기해”
“배우가 너무 뚱뚱한 거 아니야? 운동 좀 하고.”
그녀는 한때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십여년간 엄마노릇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는데, 연극을 통해 이를 어느정도 극복한 상태였다.
자기 자식에게 배우님은 연기에 더 신경쓰세요,..같은 이런 말을 듣는 50대 엄마의 마음은 어떤 감정일까, 그간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이렇게 나를 위해 따뜻한 말을 건네는 자식에 대한 고마움, 거기에 이제야 비로소 나를 발견한 것 같은 뿌듯함, 거기에 그런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의 든든함까지...... 아마 연극이 아니었다면 모두 없었을 꿈만 같던 장면이 짜잔하고 나타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힘들고 고된 연습이 필요했겠지만.
책에는 중간중간 안은영의 연출노트라는 꼭지가 나온다. 극단의 연출가가 자신의 이야기와 배우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연극과 연출에 소소한 생각을 적은 부분인데, 여기에 담긴 철학도 꽤 재미있고 깊은 울림을 준다. 이를테면 연출가를 현대의 헤르메스에 비유하는 부분. 연출은 시대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해야하지만 간교와 술책에 능한 면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연극의 가장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조율해야할 연출가의 입장도 느껴져 한동안 시선이 갔다.
허세부리고 예쁜 글귀와 어휘로 포장한 그런 책이 결코 아닌, 담담하면서도 삶에 대한 긍정성을 명시하는, 그리고 진실된 자기체험을 가지고 우리에게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그시 알려주는 그런 디딤돌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