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ㅣ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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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작품 중 읽었다고 할만한 것은.<문학이란 무엇인가>가 다였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자 철학자이지만 막상 어떤 식으로 소설을 끌고 갈지 예측이 안됐다. 하지만 인상적인 제목과 ‘사르트르의 모든 사유는 <구토>에서 나왔다’는 표현에 용기를 얻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뚜렷한 서사보다는 개인적인 의식의 흐름대로 내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강의 내용을 추리면 서른 살의 앙투안 로캉탱이란 사람이 부빌이란 도시에서 역사서를 쓰고 있는 이야기다. 3년 전부터 그가 쓰고 있는 사람은 롤르봉 후작이라는 과거의 사람인데, 연구를 하면서 점점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옛 연인 안니와 재회하기도 하고, 카페에서 여사장 혹은 독학자, 그외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도서관이나 호텔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어쩔때는 혼자만의 상상과 사색을 늘어놓기도 하고, 어쩔때는 남의 대화를 엿듣기도 한다. 그래서 읽다보면 마치 그 주변을 그렇게 보이는 대로 쓴 소설같기도 하고, 아니면 소설을 빙자한 개인적 사담같기도 하고, 어쩔 때는 약간의 정신분열자가 쓴 낙서 같기도 하다.

 

 

제목은 구토이지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단연 ‘존재‘이다. 과연 존재란 무엇일까. 책에서도 로캉탱은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사유를 한다. 그러다 결국 존재란 결국 쓸데없고 알 수 없고, 무의미한 것이란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카페에서 휴머니스트를 자처하는 독학자와의 대화였다. 나중에 독학자는 난처한 상황으로 봉변을 당하기도 하는데, 그전에 나오는 이 대화에서 당시의 암울한 상황, 2차 세계대전과 공황,그리고 수많은 학살과 빈부격차와 인간의 존엄성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그런 상황에서 작가인 사르트르의 인식, 과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는 의식이 느껴지기도 했다.

 

구토의 의미는 아마도 그런 시대인식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에 나아가고자하는 몸부림? 그런 것으로 읽혔다. 일단 뭘 잘못 먹엇든, 속이 뒤집혔든 뭔가를 토해내야 다시 제대로 된 것으로 채울 수 있기에. 하지만 한편으로 이 책은 일종의 메타소설, 즉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다. 구토한 결국 써야 하는데 제대로 쓸 수 없어 토하듯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 혹은 지식인의 안간힘? 같기도 했다.

 

읽기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읽으면서 제발트의 현기증이 떠올랐다. 현기증도 정말 안 읽히면서 그야말로 현기증이 났는데, 이 구토는 다행스럽게도 토가 나오지는 않는다. 한 장면 한 장면 너무 매몰되어서 보기보다는, 작가의 시선을 그냥 그림처럼 따라가자는 마음을 먹고 가볍게 본다면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여튼 사르트르의 다른 책들, <벽> 이나 <말>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방대한 것을 써내려간 작가의 우직한 끈기와 집념에 찬탄이 나왔다. 뚜겁고 읽기 어려웠지만, 언제고 다시 볼 그런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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