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고바우 > 역사라는 것
시간 여행 1 - 고전문명의 향연과 유일신의 시대
막스 크루제 지음, 이희재 옮김 / 이끌리오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과거를 다루는 학문에는 대표적으로 역사학과 고고학, 두 분야가 있지요. 학교에 다닐 때 어느 선생이 이 두 학문을 범인수사에 비유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역사학은 범인이 주민등록증을 남겨둔 경우이고, 고고학은 범인의 머리카락만 남은 경우와 같다고 했습니다. 즉 고고학은 주로 유물과 유적이라는 물질적 흔적을 재료로 삼아 과거를 재구성하려는 학문이고, 역사학은 주로 문헌과 기록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려는 학문이라는 말이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럴듯한 비유입니다.

고고학이나 역사학 모두 재미있는 학문 분야이고 둘 사이에 굳이 우열을 가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지 선택은 개인의 취향 문제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역사학 쪽이 좀 더 마음에 끌립니다.

두 학문을 TV 프로그램에 비유한다면 고고학은 C.S.I과학수사대에, 역사학은 형사콜롬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C.S.I는 제가 즐겨 보는 프로인데요, 특히 마이애미 편의 호레이쇼 케인 반장을 좋아합니다. 예리한 눈매와 얼음 같은 냉정함이 매력이지요. 그런데 이 프로는 철저하게 ‘물증’으로 범인을 잡아냅니다. 이에 비해 형사콜롬보는 물증보다는 ‘논리’로 범인을 추궁하지요. 과거의 재구성도 전 물증보다는 논리로 하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흔히 고등학교 때까지 국사나 세계사는 암기과목으로 치부되곤 했지요. 그런데 요즘 고등학생인 제 딸을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아무리 외워도 점수가 잘 안 나오는, 어려운 과목이 국사라고 하데요. 그건 아마 역사를 암기과목이라고 지레 단정을 하고 무턱대고 외우려고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사실 이 책의 편집자인데요^^!  역사는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나의 주장과 생각만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고, 생각이 다를 경우 토론도 하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상대방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역사도 바로 그런 것이라는 점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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