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의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117
클로드 부종 글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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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군이 막 6세가 됐을 무렵 글자공부를 하기 위해 산 뽀로로 자석 책상 위에

ㄱ,ㄴ,ㄷ,ㅏ,ㅑ,ㅗ 등 자음과 모음 블럭들로 로보트를 형상화하더군요.

글자를 그림화하는 아이의 기발함에 감탄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데

그걸 가로막는 어른들이 있다는 걸 암시하는 책이

바로 클로드 부종의 <파란 의자>입니다.

결군에게 전날 같이 본 <아름다운 책>과 <파란 의자>를 쓴 작가가 같다는 걸

말하기 위해 두 책의 표지를 보여주면서 둘이 닮은 점이 있다고 찾아보라고 하니

 

책 표지의 바탕색을 고릅니다. 또 있다고 하니 <아름다운 책>에 나온 책과

<파란 의자>에 나온 의자의 색이 파랗다는 걸 지적합니다.

아이의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신기해서 클로드 부종의 다른 책들도 찾아 보니

표지에 푸른색이나 황토 계통의 색이 하나씩은 거의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이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네요.

아이에게 글자 부분을 보라니까 그제야 작가 이름이 같다는 걸 발견합니다.

아이들은 글자보다 이미지로 책을 읽는데

어른들은 글자의 의미에 갇혀 책을 본다는 걸 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깨달았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이는 파란색 하면 뭐가 생각나?"

"바다, 수영장, 개울, 내 튜브. 내 튜브도 파란색이잖아."

결군이 바로 앞에 둔 포켓몬 카드의 뒷면도 파란색이라는 걸 지적하자

"어, 그러네. 특히 물타입이 그렇지"하면서 물타입을 찾아서 보여줍니다.

결군의 카드 사랑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요? 이제 좀 결별할 때도 된 것 같은데....

표지에 있는 검정 동물이 뭘 것 같냐고 물으니

거침없이 "여우"라고 답하네요.

"근데 여우인데 왜 검정색이야?"

"그야 그림자여서 그렇지."

그림자든 검정 여우든 아이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 친구이니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이 책도 다른 클로드 부종의 책들처럼 내용은 간단합니다.

어느 날, 에스카르빌과 샤부도가 사막을 걷고 있었어요.

 

 

                            사막에서 파란 의자를 발견하죠.

둘은 의자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들을 해요.

 

숨기, 자동차놀이, 물에 붕붕 뜨기, 계산대를 활용한 가게놀이, 서커스의 공중 곡예까지...

의자 하나만으로도 주구장창 놀 수 있었지요.

 

그런데 두 친구가 이렇게 노는 걸 인상을 쓴 채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사막의 대표 동물, 낙타였습니다.

낙타는 다가와서 "뭐가 서커스야? 서커스는!"이라고

소리를 빽 지른 뒤,

"의자는 말이야,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야."라면서 의자에 앉아 버리지요.

 

이제 놀이는 끝. 여간해선 꼼짝도 않을 것 같은 낙타를 남겨둔 채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는 다시 걸어갔습니다.

이 책은 꼭 사막처럼 삭막한 현실에서도 피어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가두는 사람들은 바로 낙타와 같은 ​어른들이라고

우리를 꾸짖는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정답만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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