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 너는 특별해! - 2단계 문지아이들 29
가브리엘레 하이저 지음, 카타리나 요아노비치 그림, 권세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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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결이가 먼저 읽었다.
내가 두세 줄 읽어주다가 율이 때문에 못 읽어주니 아침밥 먹고 방에 들어가서 읽고 나왔다.

100쪽이 넘는 책인데 1시간도 안돼 다 읽었다고 해서 제대로 읽은 건지 궁금했다.

"야곱이 뭐가 특별하다는 거야? 엄마도 읽고 싶게 설명 좀 해줘"

"엄마도 아까 앨버트로스 얘기인 건 봤지?  야곱이 앨버트로스인데 날지를 못해"

"새가 날지 못하는 걸 특별하다고 잘 말 안할 텐데. . . 다른 까닭은 없어?"

"날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착해.  노래도 잘 부르고"

"마음이 착한 건 어떻게 알아?"

"응.  다른 집 아기새들을 잘 돌봐줘"

그렇게 몇 번 물었더니 그 다음엔 술술 얘기한다. 

"야곱이  못 나니까 원로원 6명이 절벽에서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1년간 기다려주기로 했어.
엘다랑 요하네스는 도움을 줄 동물을 찾아가.
야곱이 잠수하는 법은 배우거든.  클라스가 가르쳐주는데 처음엔 일부러 져주는데 나중엔 숨이 찰 정도가 돼. 수영을 잘하게 되지만 야곱이 일등을 하는 때는 별로 없었어.  왜냐하면 야곱은 수영을 하다가도 좋은 풍경을 보거나 다른 동물들과 노는 걸 더 좋아했거든.
원로원들이 진짜로 절벽에서 야곱을 떨어뜨리려고 하니까 야곱을 좋아하는 새들이 반대해서 그 사람들이 쫓겨나고 다른 두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해. 야곱에게 도움을 받은 새들이 야곱에게 먹을 걸 주기로 하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렇게 얘기했다. 점심 때 커피숍에 가서 소리내서 읽어줬는데 중간중간 결이는 "내가 말한 게 맞지?"라며 뿌듯해 했다.  정말 아들이 줄거리를 꽤 자세히 이야기해준 거였다. 책장을 그냥 넘기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는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걸 끄집어내는 연습만 제대로 한다면 아이들이 지닌 많은 능력을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즘 책읽기를 통해 기억력,  사고력,  집중력 등을 기르는 법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아들의 능력부터 좀 키워봐야겠다.

야곱은 장애아 혹은 사회가 비정상으로 가르는 사람을 뜻하겠지.

그 아이는 경쟁보단 사색과 예술을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앨버트로스 섬에는 야곱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새들이 있었던 게다.

엘다가 저 멀리 북극까지 가서 혜안을 얻으려고 했지만 정작 답은 야곱 안에 있다는 걸 부모는 놓치고 있었던 것.

책을 읽으면서 역시 난 엄마의 눈으로 책을 읽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총명한 동물들을 찾아가는데 왜 아빠인 요하네스가 아니라 엄마인 엘다가 갔을까.
(책에서는 엘다가 나는 걸 좋아해서 그랬단다. 정말 그랬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대하는 엄마와 아빠의 자세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곤 한다.

우리집만의 이야기인데 성급히 일반화하는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들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아이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만 이 불안한 사회에서 별 탈 없이 살아가길 늘 빈다.

또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방법을 깨우치길 바라면서 책읽기나 글쓰기를 신경쓴다.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엄마로서 느끼는 중압감이 말할 수 없이 큰데 남편은 아이들을 아껴도 나만큼 애달픈 마음은 없는 것 같다. 마음은 있는데 표현을 안하는 건가.

아무튼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그 밖에 토론거리도 많고. . .

이런 좋은 책을 아들과 함께 읽어서 좋다.
아들이 여러 번 읽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들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나 역시 이제는 엄마가 아닌 아이의 눈으로 책을 읽는 연습을 좀 더 해야겠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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