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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 이것도 폭력이야? ㅣ 함께 생각하자 1
김준형 지음, 류주영 그림 / 풀빛 / 2017년 10월
평점 :
서평이랄지 고백이랄 지 그냥 뭐 한번 들어 보시죠. 얼마전 저의 집 큰 딸이 집안 규칙 어기기를 아주 밥먹듯이 하길래 말다툼 끝에 제가 순간 폭발하여 주먹으로 머리통을 쥐어 박는 사건이 있었더랬습니다. 잔뜩 흥분한 큰 아이(중1.좀 이쁩니다)가 대뜸 "엄마는 왜 말로 안 되면 폭력을 쓰려는거야? 이거 폭력인거 몰라?" 라더군요. 순간 제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했더랬죠. 바로 쏘아 붙혔습니다.
"그래 너 말 잘 했다. 그래 그거 폭력 맞다. 그래 내가 너 때렸다. 그러는 넌 너 지금 이런 식으로 우리 집 물 흐리고 다니면서 귀가 시간 안 지키고 중1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밤 늦게 남고생 오빠야 사귀고 돌아 댕기는 이거 우리집 문화를 어지럽히는 문화 폭력인거 너 알아 몰라? 모르면 공부를 좀 해~ 이거 엄연히 문화적 폭력이야..알아? 가서 물어 봐 너희 선생님한테 엄마 말이 맞나 틀리나?"
하도 눈에 쌍심지를 키고 꽥꽥거리니까 순간 지도 멍한지 주춤하더라구요. 바로 이틀 전에 제가 이 책을 다 읽고 서평 쓸 준비를 하던 차 큰 애랑 말다툼이 난거거든요. 또 읽은 것 있다고 엄마가 참 애를 상대로 이 무슨 유치한 말다툼인건지. 어찌 되었건 그렇게 해서 또 새로운 개념 하나가 머리 속에 확실히 각인 된 샘입니다. 덕분에 화가 잔뜩 난 우리 딸은 깨갱하고 꼬리를 내렸죠.
이 책을 읽고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되던데요. 알게 모르게 저 역시도 주로 직장 내에서 모르고 쓴 폭력들이 많지 않았나 되돌아 보았습니다. 책의 초반분에는 폭력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폭력의 반대말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라는 말에 뇌에 불이 번쩍 들어 오더군요. 그리고 폭력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야 하고 폭력을 받아 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들을 해야 하는데 이런 단순한 행위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 역시도 언젠가는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군요. 많은 사람들이 항상 자신은 폭력의 피해자라고 기억하지만 알게 모르게 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던 순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폭력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그 당시의 내 행위가 폭력이었는 지 아닌 지 몰랐을 뿐일테구요. 그래서 책의 중반부에 폭력의 종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폭력, 구조적 폭력,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직접적 폭력. 이런 개념들을 알고 있어야 폭력을 보고도 침묵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으며 혹시 내가 지금 처한 환경이 폭력인가를 구별할 수 있겠죠. 결국 그리하여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말들, 즉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괜찮아요 등의 말로 상대의 폭력 성향을 줄이고 나를 방어 할 수 있다는 설명을 잘 풀어 주고 있네요.
일전에 우리 모두가 힘들어 했던 세월호 사건은 국가에 의해 발생한 구조적 폭력이라네요. 모두가 울분을 감추지 못 한 사건의 이면에는 그것이 권력이 내두른 폭력이었고 어쩌면 내 일 일수도 있었다는 아찔함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불의를 보고 미움을 받을 지 언정 소리 내어 저항하여 생기는 후회보다 살아 남기 위해 불의인 줄 알면서도 침묵했을 때 느끼는 수치심은 그보다 훨씬 더 크며 두고두고 후회를 남긴다고 하는데요. 결코 폭력에 익숙해 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폭력이 무엇인지 , 나는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어떤 폭력에 노출되고 또는 휘두르고 있는 지 그리고 침묵한 적은 없는 지 살펴 보는 좋은 계기가 되네요. 이상 함께 생각하자 폭력, 이것도 폭력이야? 서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