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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에 6초마다 한부씩 팔려 나갔다 라는 문구가 참 궁금했었거든요
읽고 보니 그럴만 하다 싶은 것이
대중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요소가 많네요~
남의 집 엿보기...
이것만 가지고도 스릴 넘치는 소재로 충분한데
덧붙여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런던으로 기차를 타고 출퇴근 한다는 환경....
이건 뭐 여성 독자들이라면 은근히 좀 흥분되지 않을까요..
여행인듯 여행아닌 여행같은 출퇴근?
예전에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가 살짝 생각이 나면서 말이죠
기차에서 누군가 만나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그런 상상이 얼마든지 가능한? ㅋㅋ
재미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구요
등장인물들이 아주 쟁쟁한데요~
너무 잘나서가 아니고
너무 문제가 많은 이들이어서요
우선 여주인공, 레이첼은 알콜 중독자 입니다.
치료조차 안 받고 그러고 인생을 허비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혼녀인데요
과거에는 꽤나 빼어난 미모와 내적 강단을 소유한 인물이었으나
현재는 술 때문에 직장에서 짤리고 지독한 우울에 살도 찌고 생의 의욕도 상실한 일명 루저입니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현재의 상황에 만족을 느낀 적이 없는 메건, 매번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는데요
덕분에 남편인 스콧은 끊임없이 이 여자를 의심하고 옭죄이며 여자를 두려움에 떨게 하구요
또한
주인공 레이첼이 루저로 살게 된 원인제공자인 전남편 톰
톰은 워낙 솜씨좋은 거짓말로 주변 사람을 전부 속이고 살면서 레이첼과의 결혼생활 도중
현재의 아내, 에나와 불륜 끝에 레이첼과 이혼합니다.
에나와의 사이에 에비라는 갓난쟁이 딸이 있구요
레이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편 톰의 주변을 끊임없이 배회하는데요
에나는 그런 레이첼이 죽이도록 싫습니다.
싫다 못해 나중에는 결국 없애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게 되구요~
톰네 부부와 메건네 부부 는 한동네의 이웃으로 서로 친하지는 않지만 안면이 있는 정도인데요
레이첼은 톰의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메건과 스콧의 집도 엿보게 되는데요
어찌나 두 부부가 서로 잘 어울리고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지
매일 아침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기차가 잠시 정거한 사이 그들 부부의 일상을 훔쳐 보는 것이 그나마 현재의 유일한 낙이 되었죠..
실제로는 알지도 못하는 그 두 부부에게 나름의 이름도 지어 놓고 말이죠..제이슨과 체스
물론 레이첼은 해고당한 상태이므로 아침저녁 출퇴근 기차를 타고는 있지만 목적없는 배회일 뿐이죠
매일 매일 거짓으로 런던으로 출퇴근을 하던 레이첼은
어느날
체스, 즉 메건의 외도를 목격하게 되는데요
바로 그 다음날 메건의 실종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되고
자신이 목격한 메건의 외도 장면이 실종과 분명 관련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사건에 다가갑니다.
그러나 레이첼의 진술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습니다.
왜?
늘 술에 취해 있으니까!!!
뿐만 아니라 메건이 실종 되는 전날에도 레이첼은 메건의 동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톰의 동네죠...
톰을 보기위해 톰의 동네에 나타나
뭔짓을 했는데 깨고 보니 본인의 손톱에 피가 묻어 있고
입술은 찢어져 있고 머리는 깨셔서 피떡이 되어 있는데
정작 본인은 술에 쩔어 있어 기억이 가물가물한다는 점.. 그래서 횡설수설한다는 점...
아무도 안 믿어 줄만 하죠..
소설은 내면묘사가 참 뛰어 난거 같아요..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는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알콜 중독자인 내 말을 안 믿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를 믿게 하고 내가 당신을 도우기 위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나의 의지야..
난 당신을 돕고 있는 거야..
뭐 이런 상황이라는 거죠..
레이첼은 그 말같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그토록 완벽하다고 보아 왔던
체스, 즉 메건의 실종 사건과 그 당시 자신은 기억도 안 나는 본인의 행보에 대해 알고자
사건을 스스로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런 필연적인 내면의 의지가 자연스럽게 사건의 깊숙한 곳까지 레이첼을 끌고 들어 가는데요
알콜로 인해 끊어졌던 단기기억들이 한꺼풀씩 한꺼풀씩 시간을 두고 귀신처럼 갑자기 확 떠오르면서
퍼즐같은 사건의 수순이 풀려 가기 시작합니다.
책의 막바지에 늘 그렇지만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는데요
그 예측 불가했다는 말이 '내 그럴줄 알았어' 라는 의미가 아니고
소설의 흐름에서는 전혀 개연성을 드러내지 않다가
그럼 도대체 어찌 되었다는 거야? 라며 갑갑해 하는 순간
단 하나의 단서를 통해 사건의 진실이 일시에 폭포처럼 쏟아진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이 완전 압권이던데요
속이 후련해 지는 느낌이더군요
독자가 전혀 눈치채지 못 하도록 연결고리를 꽁꽁 숨겨 두었다가 적당한 시점을 콕 꼬집어
잔뜩 짜증난 독자를 책속으로 확 끌어 당기는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던데요~
고민을 진짜 많이 했을 거 같에요..
다 읽고 나자 제가 든 생각은 가독성도 좋고 문체도 쉽고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사건의 짜임새가 너저분하지도 않고 책이 무려 500페이지가 넘는대도
옆길로 새지도 않고..
이런 소설은 어찌 하면 써 지는 건지...
참...독자가 사랑할 만 하겠구나..싶더만요..
그러나 한편으론
섬세한 내면 묘사로 인해 사건의 전개가 너무 느리고
그리고 사회 부적응자가 이토록 집요하고 짜임새있게 사건을 해결해 간다는 점이 과연
설들력이 있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어찌되었건
한 여름밤에 시원한 팥빙수 먹으면서 배 깔고 보기에 딱 좋은 책이라 평하고 싶네요~
이상 서평 걸 온 더 트레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