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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광시곡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4년 4월
평점 :
<아버지의 광시곡>은 부산 지역 초등교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용공분자로 몰려 실직자가 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초상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소설 양식을 빌린 실제 자서전으로, 아버지의 초상을 점묘화 기법으로 그린 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꼭지를 펼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광시곡이 뭔지 몰랐다. 읽으면서도 광기의 시대의 노래 쯤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음악 용어를 빌리면, 광시곡 기법으로.. " 라고 적혀있어 검색해 본 결과, 광시곡은 흔히 '랩소디'라고 불리는 악곡의 형식이었다. 책장을 덮고 난 후,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니 광시곡은 나에게 "狂時哭"로 다가왔다. 광시, 미쳐버린 시절을 견뎌낸 아버지의 울음과 그런 아버지의 설움을 기억하는 아들의 울음인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가 참여했던 교원노조 결성과 합법화의 투쟁은, 다른 직종 노동조합 운동의 시금석이 되고 원동력(p.150)이 되었다는 구절이 사범대 학생으로 오래동안 교사를 꿈꾼 나에게 인상깊게 다가왔다. 내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는 누군가의 투쟁과 열망이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엄하게 대하고, 가끔은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장면에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아들을 향한 사랑을 저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할까 아쉬웠으나, 아버지라고 사랑을 그렇게 표시하고 싶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폭력의 시대, 정의가 정의롭지 않았던 시대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그가 분노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나이를 먹어가며 그런 아버지의 모습과 그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읽어나가다 보니, 시대에 휘말려 자신을 잃게 된 아버지가 안타까웠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한국 현대사의 아픔,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정, 종교, 나이가 가져다주는 지혜로움 등 같이 정말 많은 주제를 넘나드는 소설이었다.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엮어 만든 보자기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