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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펼치기만 하면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책이다. 두께에 겁먹지 말고 철학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스파르타 여성들의 어록은 양이 많지 않으나, 호흡이 짧아 가장 읽기 좋고 재미있었다. 더 연구해보고 싶다고 느낀 지점은, '플루타르코스'가 로마의 지배에 순응하고, 도리어 그들의 지배를 긍정하는 믿음을 그의 저서 곳곳에 표출했다는 점이다. 이미 200년 넘게 통치를 받은 상황에서 태어나서 그런걸까? 그렇다면 그는 스스로를 로마인이라고 생각할까 그리스인이라고 생각할까? 식민 지배의 역사가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국민으로서,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읽으며 인상 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 노예로 팔리게 된 또 다른 스파르타 여인은 경매의 사회자가 그녀에게 할 줄 아는 것을 묻자, "자유롭게 사는 법"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녀를 구매한 자가 자유민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일을 시키자, "당신이 비열해서 당신의 재산에 피해를 주게 되었으니, 후회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하고, 자살했다.

- 그는 사람이 어떻게 평생 자유롭게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죽음에 대해 경멸감을 지니고서"라고 말했다.

- 적을 패배하게 하고 당황하게 하는 데는, 말이 칼보다, 목소리가 손보다 낫다.

"부왕께서는 내가 정복할 곳을 남겨두시지 않을 것 같아." 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그에게 "하지만 그분께서 얻으시는 땅은 모두 너를 위한 것이잖아?"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많은 것을 가져도, 아무것도 나 스스로 성취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어?"라고 말했다.

인생이란 한순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이어서 나쁜 짓을 하고 살기에는 별로 길지 않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또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면에서는 적절하다고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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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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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 자신의 일부이기에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프고 괴로운 과거일지라도 온전히 수용해야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레를 통해 외면해온 구김살을 펼쳐 햇볕에 말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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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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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레가 마주한 유령은 정말 유령인가. 나는 그가 만들어낸 편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다니엘레는 자신을 괴롭게 했던 도박꾼 아버지, 폭력적인 주변 인물들과 자신을 다르다고 믿고 싶었다. 설령 그에게도 그런 본능이 존재할지라도 말이다. 평범한 나폴리 길거리 깡패가 되지 않기 위해, 나아가 평범한 성생활을 영위하고 격조 있는 어휘를 구사하는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고향인 나폴리를 떠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나폴리로 돌아온 나흘 안에 물거품이 된다.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던 그의 고통은 어리고 당당하며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리오 앞에서 더욱 극심해진다. 다니엘레를 괴롭히는 유령은 나폴리에서 그의 앞에 드러났을 뿐, 언제나 그의 곁을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다니엘레가 도망치거나 숨기지 않고, 자신의 치부와 못난 점을 그대로 수용하려고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자신의 재능을 꼭닮은 마리오에게 질투를 느끼기 보단, 그 재능이 꽃 피우길 바랐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 자신의 일부이기에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프고 괴로운 과거일지라도, 그것을 온전히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레를 통해 나의 약한 점과 외면해온 구김살을 펼쳐 햇볕에 말려보고, 다시 한 번 쓰다듬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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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광시곡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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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관한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엮어 만든 보자기 같은 책. 속도감 있는 전개에 비해, 가족의 사랑, 한국 현대사, 종교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어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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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광시곡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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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광시곡>은 부산 지역 초등교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용공분자로 몰려 실직자가 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초상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소설 양식을 빌린 실제 자서전으로, 아버지의 초상을 점묘화 기법으로 그린 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꼭지를 펼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광시곡이 뭔지 몰랐다. 읽으면서도 광기의 시대노래 쯤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작가의 말에 "음악 용어를 빌리면, 광시곡 기법으로.. " 라고 적혀있어 검색해 본 결과, 광시곡은 흔히 '랩소디'라고 불리는 악곡의 형식이었다. 책장을 덮고 난 후,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니 광시곡은 나에게 "狂時哭"로 다가왔다. 광시, 미쳐버린 시절을 견뎌낸 아버지의 울음과 그런 아버지의 설움을 기억하는 아들의 울음인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가 참여했던 교원노조 결성과 합법화의 투쟁은, 다른 직종 노동조합 운동의 시금석이 되고 원동력(p.150)이 되었다는 구절이 사범대 학생으로 오래동안 교사를 꿈꾼 나에게 인상깊게 다가왔다. 내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는 누군가의 투쟁과 열망이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엄하게 대하고, 가끔은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장면에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아들을 향한 사랑을 저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할까 아쉬웠으나, 아버지라고 사랑을 그렇게 표시하고 싶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폭력의 시대, 정의가 정의롭지 않았던 시대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그가 분노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나이를 먹어가며 그런 아버지의 모습과 그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읽어나가다 보니, 시대에 휘말려 자신을 잃게 된 아버지가 안타까웠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한국 현대사의 아픔,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정, 종교, 나이가 가져다주는 지혜로움 등 같이 정말 많은 주제를 넘나드는 소설이었다.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엮어 만든 보자기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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