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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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레가 마주한 유령은 정말 유령인가. 나는 그가 만들어낸 편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다니엘레는 자신을 괴롭게 했던 도박꾼 아버지, 폭력적인 주변 인물들과 자신을 다르다고 믿고 싶었다. 설령 그에게도 그런 본능이 존재할지라도 말이다. 평범한 나폴리 길거리 깡패가 되지 않기 위해, 나아가 평범한 성생활을 영위하고 격조 있는 어휘를 구사하는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고향인 나폴리를 떠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나폴리로 돌아온 나흘 안에 물거품이 된다.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던 그의 고통은 어리고 당당하며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리오 앞에서 더욱 극심해진다. 다니엘레를 괴롭히는 유령은 나폴리에서 그의 앞에 드러났을 뿐, 언제나 그의 곁을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다니엘레가 도망치거나 숨기지 않고, 자신의 치부와 못난 점을 그대로 수용하려고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자신의 재능을 꼭닮은 마리오에게 질투를 느끼기 보단, 그 재능이 꽃 피우길 바랐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 자신의 일부이기에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프고 괴로운 과거일지라도, 그것을 온전히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레를 통해 나의 약한 점과 외면해온 구김살을 펼쳐 햇볕에 말려보고, 다시 한 번 쓰다듬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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