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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 - 플라톤의 대화편 ㅣ 마리 교양 1
플라톤 지음, 오유석 옮김 / 마리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소크라테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라는 것,
그리고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는 격언 정도이다.
(후자는 소크라테스가 한 적이 없는 말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긴 것이 아니라
그의 사후, 여러 제자들이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 중 철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플라톤이 저술한 대화편이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고발을 당해
아테나이 시민들 앞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죄목을 반박하고 변론하는 내용과,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집행을 앞두고
친구인 크리톤이 탈옥을 권유하자
이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크라테스는 델포이에서 ‘그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는 신탁을 받고서는
그 참뜻을 파악하기 위해
지혜롭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눈 후,
그들 스스로 그리고 많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는 만큼 지혜롭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그 과정에서 미운털이 박히게 된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이 사람보다는 지혜롭구나.
아마도 우리 중 누구도 아름답고 훌륭한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런데 이 사람은 알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뭔가 안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실제로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비록 작은 차이이지만 나는 적어도 이 점에서 저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듯하다.
알지 못하는 바를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탁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결론내린다.
“그대들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자는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이 지혜에 관해 진실로 아무 가치도 없음을 인식하는 자이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경구, “너 자신을 알라”를 이같은 맥락에서 파악해보면
바로 ‘너의 무지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사피엔스>에서 유발하라리가 과학혁명의 원인으로 꼽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면 틀린 것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과학은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소크라테스가 전해준 인류의 가장 큰 지혜이며
우리와 세상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소크라테스는 결국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갇히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그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일종의 ‘괘씸죄’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형집행을 앞두고 친구인 크리톤이 찾아와 탈옥을 권유하는데,
소크라테스는 이를 거절하며 법률의 목소리를 빌려 반박의 논리를 펼친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소크라테스가 아테나이의 법을 악법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악법도 법’이라서 따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논증을 통해 결론 내린 옳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목숨을 내놓더라도 지키는 사람이었다.
이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많은 번역본이 나와 있다.
이 책의 번역은 국립아테네대학교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오유석 교수가 맡았는데,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번역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번역본을 읽어보지 않아 비교는 불가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어렵지 않게 소크라테스와 그의 철학을 맛볼 수 있었다.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당시 사건 현장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벽이 높지 않아 철학서에 대한 편견을 낮춰준 책이다.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도서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