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가장 고립된 나라에서 내가 배운 것
레아 이피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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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반도에 위치한 알바니아라는 나라에 대해 이름말고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1989년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 물결을 타고
알바니아 역시 1992년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게 되는데
그 이전까지 알바니아는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통치하던 공산주의 국가였다.
‘유럽의 북한’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폐쇄적인 나라로,
책을 읽는 내내 북한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낯선 나라이지만 전혀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책의 저자 레아 이피는
알바니아가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격동의 시기에 10대 시절을 보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교육을 받은 그녀는 누구보다 열렬한 어린이 공산당 단원이었다.
그녀는 부족함이 없는 충분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유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시위대를 보았을 때, 그들이 뜻하는 ‘자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린 소녀의 눈으로 본 알바니아는 그곳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었다.
부자만이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지는 못했으나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모두 똑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모두가 진정한 자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위의 결과로 알바니아가 다당제 국가임이 선포되고,
부모님으로부터 나라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몰랐던 가족사를 알게 되면서 레아는 큰 혼란에 빠진다.

알바니아 역시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이한다.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는 사라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웃나라 이탈리아로 망명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고,
나라는 파산에 이르렀으며,
결국 내전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레아는 공산주의 체제하의 억압과는 또다른 형태의 한계를 경험하며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
새롭게 도래한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도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는 없었다.

현재 런던 정치 경제 대학교에서 정치 이론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알바니아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책의 주제인 ‘자유’에 관하여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저자는 그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그녀는 ‘자유’에 대한 생각이 필요없을 정도로 충분히 자유롭다 생각했으나,
부모님은 ‘창살없는 감옥’에 살고 있었다고 말씀하셨고,
자유, 민주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내전까지 겪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당연히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훨씬 자유롭다 여기지만
그래서 어린 시절의 레아처럼 자유에 대해 별달리 생각해보지 않지만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p391
우리 가족은 사회주의를 부정과 동일시했다.
그들이 되고 싶었던 사람에 대한 부정,
실수를 저지르고 그로부터 배울 권리에 대한 부정,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계를 탐험할 권리에 대한 부정.

나는 자유주의를 깨진 약속,
연대의 파괴,
특권 상속의 권리,
불의에 대한 외면과 동일시했다.



나의 세계는 부모님이 탈출하려고 애썼던 세계만큼이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두 세계 모두 그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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