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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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던 책 중 하나인데,
7월의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어 마침내 읽게 되었다.
98페이지의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얘기가 오갔던 시간이었다.

“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소녀가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짧고 찬란한 여름”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잘 요약한 문구이다.
엄마의 (다섯 째 아이) 출산으로 방학동안 친척집에 맡겨진 소녀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친척 아주머니 부부(킨셀라 부부)로부터 받는다.

소녀가 친척 아주머니네로 떠날 때 상상했던 것은, 고작 따뜻한 우유 한 잔과 팬케이크 한 장 더 먹고 싶은지 물어보는 아주머니의 모습이었다.
첫날 밤, 오줌을 싸는 실수에도 매트리스가 낡아 습기가 찬다며 아이가 무안하지 않게 배려해주는 아주머니.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시키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고, 귀지를 파주고, 빗질을 해주는 등 섬세하고 따뜻한 보살핌으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애정과 보살핌에도 그것을 편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책에는 소녀의 이름도 나이도 나오지 않는데, 형편 어려운 집안의 여러 아이들 중 하나로 특별한 존재감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이 책의 나레이터는 소녀인데,
소녀의 행동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 그리고 킨셀라 부부의 사랑을 느끼면서
점차 성장해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비밀에 대한 판단조차 서툴렀던 아이가 할 말과 하지 않을 말을 가리는 정도까지 성장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앞으로 손에 꼽을 만한 ‘인상적인 마지막 문장’이 될 것 같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재독하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소설이라
짧아서 좋았고,
혼자 읽어도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지만
나눌거리가 풍부해 독서모임 책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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