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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사랑
고수리 지음 / 유유히 / 2023년 11월
평점 :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선명한 사랑’이란 어떤 사랑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선뜻 감이 잘 오지 않았다.
6p 눈에 보이지도 손에 만져지지도 않지만, 내가 아는 사랑은 이런 것.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잘 자라고 이불을 덮어주는 마음.
짙은 어둠도 이불처럼 같이 덮자는 위로와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기도 같은 것.
- 작가의 말 중에서
울고 있는 쌍둥이를 한 팔씩 안고 유아차를 밀며 위태로운 걸음을 걷는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꽃까지 볼 여유가 생긴 작가님. (아가, 꽃 봐라)
새로 시작하는 오늘만큼은 좋은 하루이기를 바라며 건네는 따뜻한 아침 인사 “좋은 하루 보내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코로나 시기에 만날 순 없지만 문고리에 걸어두는 마음. “언니, 홍시가 맛있어 보이길래 많이 샀어요.” “수리야, 한라봉 농장에서 주문한 건데 못생겨도 맛있다!” (문고리에 걸어두는 마음)
집밥같은 정성스러운 배달음식을 먹고 남긴 감사함을 전하는 후기와, 역시 감사함을 담은 식당 주인의 답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홀로 지내시는 분들의 집을 방문해 새벽송을 불러주었던 추억. (노래를 불러주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나니 도처에 사랑이 가득했다.
작가의 주변에만 있는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내 주변에도 차고 넘칠 수 있는 사랑이었다.
다만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마음과 표현하는 용기가 부족했을 뿐.
아이를 키우고, 지방에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가 계시고…
그래서 나도 겪었던 공감가는 경험들이 많았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의 세심한 캐치가 놀라웠다.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생각했다.
또한 글 여기저기 아름다운 표현들도 한가득이다.
또 한번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생각이 한가득이고, 아름다운 표현도 한가득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서 너무 따뜻한 글이었고, 좀더 다정해지자 마음먹게 하는 글이었다.
74p 스마트폰 너머에 사람이 있다. 청국장이 얼마나 품이 많이 드는지, 나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만들어본 이는 안다. 매일 아침 식당 문을 열고 재료들을 다듬고 썰고 데치고 볶고 버무리고 끓이고 그릇에 담아내어 보내주는 사람의 손길이 있다. 요리처럼 정직한 정성이 어디 있을까. 덕분에 겨우 배달 음식이 아니라 무려 집밥 한 상을 먹는다. 변치 않는 정직한 정성에 정직한 마음을 전송한다. 모처럼 힘이 나는 씩씩한 인사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94p 말하자면 도토리 같은 행복이었다. 쓸모를 구하지 않아도 귀엽고 즐거운 것들. 별거 아니어도 소소하게 좋은 순간들. 가만 보면 도처에 그런 행복이 굴러 다니는데 줍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건 아닐까.
249p “볕뉘. 제가 좋아하는 햇볕의 이름을 알게 됐어요.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이나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래요. … 봄이 되면 볕뉘가 머물던 틈마다 작은 풀이 돋아나요. 돌 톰에서 민들레가 피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