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하나가 놓이기까지 - 해피'엔딩' 이야기
김상혁 지음 / 테오리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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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뮤지컬, 시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의 엔딩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행복한 결말에 관한 생각이면서도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결말에서조차
행복을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이기도 하다.”

라고 작가가 밝혔듯이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에서
해피엔딩과 관련한 사유를 들려주고 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이야기는
작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다보면 해피엔딩을 만날 수 있고

내가 아는 이야기는 작가와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먼저 책에서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고
같은 작품을 보았던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책.
(물론 내 생각이 아주 많이 빈약하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게 되지만…)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엔딩,
아이를 버린 아버지가 처벌을 받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헨젤과 그레텔>의 엔딩,
완벽하게 행복한 결말로 오히려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이 되지 못한 <미드나잇 인 파리>의 엔딩,
소중하고 사랑하는 빛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도 희생할 수 있다 여기는 <맨 오브 스틸>의 엔딩,
총기난사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가 일상을 살아보겠다고 마음 먹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의 엔딩,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를 통해 의미있는 죽음으로 승화시킨 <빈란드 사가>의 엔딩,
시청자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재벌집 막내 아들>의 엔딩 등

여기에 19개의 해피 엔딩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순서에 상관없이 끌리는 것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
이미 보았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엔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작품을 보고 책을 읽고 작가와 대화 나눠보는 시간이 되길…

실제 교내 총기난사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딸의 죽음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말은 일상을 살아가 보기로 마음먹는 부모를 비추는 게 전부이다.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화해는 심심하며 사건의 참혹함은 생략되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의 평범한 엔딩이, 비극적인 실화로부터 감독이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었던, 그나마 덜 불행한 도착지라고 생각한다.
- p65,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죽음-환생 서사가 이세계물을 진짜 이세계물로 만들어주는 장르 문법으로까지 자리잡은 까닭은 대중이 그러한 설정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이를 소비해서이다. 특출한 재능도 가진 것도 없는 현실 속 인물이 성공과 행복을 손에 쥐게 되는 건 그가 죽어서야 가능한 일이라는 냉소는, 후기자본주의가 걷어차 버린 계급상승의 사다리로부터 미끄러진 이들이 엇비슷하게 품고 있는 보편 감정 같은 것이다.
- p78, <이세계물(異世界物)>

전형적인 비극의 플롯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저지른 악행 때문이 아니라 그저 부당한 운명이나 우연에 의하여 몰락하게 된다. 이처럼 그가 ‘괜히’ 불행해지기에 관객은 그를 연민하는 것이다. 동시에 관객은 자신의 삶 역시 그러한 부당한 운명과 우연 탓에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아무리 처절한 비극도 결국은 무대나 스크린에서 진행되는, 관객석의 ‘나’와는 동떨어진 ‘극’이기에, 우리는 아무리 공포스러운 중에도 극 속의 주인공을 연민할 수 있다. 카타르시스가 발생하려면 이처럼 ‘나’와 비극의 주인공 사이에 안전한 거리가 존재해야 한다…
모든 명작의 새드엔딩이 관객을 안전하고 긍정적인 카타르시스로 이끈다는 점에서 관객석을 벗어나는 순간 관객은 곧바로 자기 일상의 해피엔딩에 몰입하게 된다.
- p128~131 <밀리언 달러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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