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그림과 짧은 글, 그리고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라는 부제목에 부담없는 편한 마음과 약간의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다. 두 남녀가 함께 살면서 겪은 일상을 각자의 시각에서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글인데 읽는 내내 소박하지만 따뜻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글과 함께 예쁜 그림이 더해져 한층 더 생생하게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또 남편과 나의 아이가 없던 신혼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현재 우리의 관계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글들도 있었다.“우리 집에 사는 뚜껑 요정이 뚜껑을 닫을 줄 모르는 마법에 걸려 내가 졸졸 따라다니며 뚜껑을 닫고 있다.”요정은 개뿔…우리 집에도 전기 요정(?)이 살고 있다. 불을 켤 줄만 알지 끌 줄은 모르는…“같이 살게 되면서 함께 있는 시간은 늘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각자 일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입을 꾹 다물고 말없이 지낼 때가 많았다. 산책은 그랬던 우리에게 ‘햇볕 따라가기’같은 것이다.”우리도 집에서는 남편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나는 안방에 있는 내 의자에 앉아 태블릿으로 영상을 본다. 그렇게 따로 놀다가 운동겸 걷기라도 나가면 그제서야 대화라는걸 하게 된다. 12년이면 꽤 함께 오래 지낸 것인데 여전히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책을 읽다 보니 결혼 생활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인데 동거생활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둘 다 결혼을 할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동거와 결혼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삶을 함께 살아가는 건 같은 일인데 결혼이라는 제도에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고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일을 두고 남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하나 둘 읽다보면 금세 끝까지 다 읽게 되는 재미있는 책이다. “꽃이 주는 에너지를 좋아한다. 보고만 있어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고 저절로 집중하게 된다. 꽃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못난 구석이 없다. 저마다 제 모습 그대로 이쁨을 뿜어내고 있다. 뿜뿜이들 같으니라고.”나도 동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