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스팟의 날개책이 이렇게 귀엽고 재미있는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스팟 그림책은 어린 월령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글씨도 큼직큼직하고 짧으며 플랩도 한장에 한개씩이다. 그런데 전에 구입하였었던 플랩을 50여개 이상씩 가지고 있는 책들과는 다른 특별한 맛이 있다. 결코 시시하지도 않고 짧은 내용이지만 아이들에게 가면파티에 초대받은 스팟과 그의 친구들의 변장 모습을 보면서 즐겁고 들뜬 파티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가끔씩은 큰 용기를 내서 네살 먹은 큰 아이에게 이 책의 내용을 영어로 읽어주는데 큰 아이도 재미있어 하고 아직 두돌이 안되어서 책을 장난감 수준으로 생각하는 우리 작은 아이에게는 이 책이 최고의 인기이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순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엄마들 사이에서도 좋은 책이라고 손꼽히는 이 책이 어떤지 궁금하여 잔뜩 기대하면서 구입하게 되었다.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약간은 실망도 했지만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한글 자음을 익혀주는데는 딱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하도 통글자부터 익혀야 한다고 해서 ㄱ, ㄴ, ㄷ,... 에 대한 생각은 예전 우리 클때와는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한글의 기본은 역시 자음과 모음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딱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종이 질도 코팅된 것이 아니라 약간 빳빳한 도화지 느낌이라서 마음에 들고 바탕색도 연한 미색이라서 좋다. 우리 아이들이 색다른 느낌의 이 책을 보면서 기차놀이를 통해서 한글을 자연스럽게 익혔으면 한다.
우리 아이는 세돌이 조금 넘었다. 아이를 데리고 매년 휴가때면 바다를 가는데 다른 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아이에게 바닷가에 대한 추억이 많은가 보다. 툭하면 휴가때 찍은 비디오를 틀어달라고 하고 가을인 요즘도 튜브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 아이가 바다에 대하여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도록 나는 아이에게 이 책을 종종 읽어준다. 고미타로 특유의 단순화된 그림과는 반대로 이 책의 내용은 다소 철학적인 냄새가 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무엇이 있는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는데 많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뒷짐지고 서서 뒷모습만 보여주는 꼬마아이의 모습은 다소 외롭기까지 하다.
존 버닝햄은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익히 알고 있었다. 작가의 독특한 그림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존 버닝햄의 책을 다시 한권 구입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보다 한단계 수준이 높아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세살 이상의 아이들에게 내용 이해에는 무리가 없겠으나 그보다 어린 기차와 동물들을 좋아하는 아가들에게도 책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 같다. 이 책은 장난감 기차를 좋아하는 소년이 꿈속에서 자신이 직접 석탄을 넣어가며 기차를 운전해가는 여행 이야기이다. 다양한 날씨의 변화도 볼 수 있고 계절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도 나온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왜 자연을 해치면 안되는지, 왜 사랑하고 보존하여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시켜준다. 훼손된 자연에서 살 수 없는 호랑이, 두루미, 곰, 코끼리들이 도망치기 위하여 소년의 기차를 얻어타게 되는데 새로운 동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소년은 이 책의 제목인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외친다. 환경문제라는 심각한 문제를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접근해 나간다.
너무나 잘 알려진 배빗 콜의 '엄마가 알을 낳았대'를 보고서 그 훌륭함에 반한 우리 부부는 주저없이 아이들을 위하여 이 책을 구입하였다. 아이들에게 건강 상식과 의학 이야기를 이렇게 제대로 전달해주기도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대충 얼버무려서 말도 안되게 과장과 생략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시시콜콜 상세하게 설명하여 머리 아픈 그림책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어른들도 몰랐던 의학 상식들, 예를 들어 왜 담배를 피면 폐가 병나는지, 화장실에 다녀온 후 손을 씻어야 하고 입과 코속에 손가락을 넣으면 안되는 이유 등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우리 아이는 이 책 덕분에 늘 머리 감을때 찡찡거리던 버릇도 고쳤고 손가락을 빨고 보기 흉하게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던 횟수도 줄었다. 또 내가 주의를 줄때도 그냥 '하지 말아라'하고 제재만 하던 때보다는 '멍멍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지?'하고 아이에게 왜 안되는지를 설명해 줄수 있게 되었다. 이리도 대단한 그림책이 있다니, 별 다섯개도 모자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