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피 아저씨가 이번에는 드라이브를 갑니다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4
존 버닝햄 지음,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7월

존 버닝햄의 그림책은 저희 집에 이것까지 포함해서 총 3권이 있는데요. 모두다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그 중에서 내용도 쉽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바로 이것이에요. 아이에게 다양한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은데 존 버닝햄 역시 개성이 철철 넘치는 그림으로 정말 마음에 듭니다. 왼쪽 페이지에는 흑백으로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칼라를 사용하였는데 삽화가 전체적으로 흐릿하여 눈에 쏙 들어오기보다는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풍겨나와요. 늘 말썽만 피우면서도 검피아저씨의 오붓한 산책에 동참하는 동물들과 아이들이 얄미우면서도 검피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할 정도입니다.

검피아저씨의 산책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아저씨가 노발대발 화를 낼 것 같지만 아저씨는 항상 그런 친구들에게 따뜻한 마음씨로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수영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다음번에 함께 다시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하거든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웃는 얼굴보다는 찡그린 얼굴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저의 잘못된 행동에 일침을 가하는 그림책입니다. 아저씨가 차를 밀어달라고 부탁할 때 저마다 그럴 듯한 핑계를 대며 남에게 떠미는 동물들과 아이들의 대화도 재치있습니다. 재미있고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엄마, 김치 주세요

김치는 싫어요?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13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8
최신양 지음, 나애경 그림 / 보림 / 1995년 6월

솔거나라 시리즈중 내용이 쉬워서 어린 아이들도 부담없이 읽을수 있겠네요. 단맛과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아이들이 맵고 짠 김치를 별로 반가와하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어릴 때의 식습관이 평생간다고 생각하는데, 엄마의 게으름과 방관탓인지 아이들이 편식을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 큰아이가 이 책을 처음 보고 나서 책장을 덮으며 한 말은 이 책의 주인공인 영주처럼 '엄마, 김치 주세요' 였어요. 정말 놀랐습니다. 물론 맵지 않게 물에 씻어달라는 주문도 같이 했지만요.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식습관을 기적처럼 바꾼 것은 아니라서 여전히 제 입맛에 맞는 것만 찾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김치도 맛있다는 것과 영양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고 나면 김치를 조금이라도 먹으려 들거든요. 유익한 책입니다.

감동적인 책

쪽빛을 찾아서 - 개정판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0
유애로 글. 그림 / 보림 / 2005년 12월

아이에게 우리 문화를 책으로 보고 느낄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솔거나라 시리즈 중 한권씩 가끔 구입합니다. 제가 보는 솔거나라 책마다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책의 내용이 다섯살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듯하여 아이가 한글을 잘 읽게 되고 좀 더 큰 후 이 책을 보여주어야지 싶어서 구입을 자제하고 있거든요. 이 책 역시 우리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역부족이지만 제가 워낙 푸른색을 좋아해서인지 이 책은 한장 한장 넘기면서 아이와 함께 쪽빛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네요. 쪽빛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물장이 아저씨가 얼마나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였는지 이 책에서 알 수 있네요. 책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환상적이고 고와요. 책의 뒷부분에는 역시 쪽물 들이는 방법과 자연 염료로 물들인 옷감들을 사진으로 선보여서 염색에 대한 상식을 엄마도 배울 수 있네요.

아이와 함께 묻고 대답하는 재미

누구일까요?
마욜라인 포티에 그림, 딕 닐란트 글, 최병연 옮김 / 대교출판 / 2001년 5월

솔직히 저는 우리 아이들이 하루에도 이 책을 몇 번씩이나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조르는 것이 참 의외에요. 늘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을 엄마인 제 눈높이에 맞추어서 사주었는데 그것들중에서 어떤 책들은 아이도 제맘과 같이 좋아해 주었는데 어떤 것들은 거의 들춰보지도 않고 그냥 얌전히 책꽂이에 꽂혀있어서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수수께끼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을 다섯살난 큰 아이도 네살 난 작은 아이도 너무나 좋아하네요.

제목처럼 아이들이 열명 정도 되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질문과 딱 맞는 사람을 고르는 것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는 문제도 있고 발가벗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있고 잠자러 가는 사람을 찾는 것도 있고...문제 유형은 다양합니다. 보기로 나와 있는 열명의 사람들은 언뜻 보면 비슷한 행동이나 차림새를 하고 있지만 어른들 눈으로 보면 답이 너무 뻔해서 별로 재미가 없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조금은 색다른 이 책이 재미있나 봅니다. 이미 답을 다 알고 있어서 제가 문제를 내기 전부터 벌써 손가락으로 찍고 있으면서도 하루에도 몇번씩 이 책만 들고 오니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입니다.

사랑과 행복을 뜨개질합니다.

닉 아저씨의 뜨개질 ㅣ 벨 이마주 17
디 헉슬리 그림, 마거릿 와일드 지음, 창작집단 바리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4월

제가 한동안 뜨개질에 몰두했던 때가 있거든요. 하루중 잠시라도 틈만 나면 뜨개질거리를 붙들고 앉아서 허리와 목이 아파도 참고 참으면서 열심히 뜨개질하여 아이들 옷을 만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뜨개질은 정말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한코, 한코 열심히 떠가면서 이 옷을 완성하여 우리 아이가 입었을 때를 상상하면서 행복해지거든요.

이 책에 나오는 닉 아저씨와 졸리 아줌마는 뜨개질 친구입니다. 기차 안에서 둘은 나란히 앉아서 뜨개질을 하였는데 어느 날 졸리 아줌마가 병에 걸려서 삭막한 병원에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되죠. 아줌마의 외로움을 달래주고자 닉 아저씨는 일주일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아줌마에게 드릴 선물을 뜨개질을 합니다. 선물이란 네모모양을 마치 조각이불처럼 쭉 이어붙여서 만든 것인데 각각의 네모모양에는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가득하죠. 정말 이 선물은 너무나 아름다와서 저라도 이러한 선물을 받으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 같습니다. 아저씨의 선물 덕분에 아줌마는 외로운 병원생활을 조금은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책 그림의 색깔들이 곱습니다. 주인공인 아저씨와 아줌마도 넉넉한 풍체라서 그런지 이 책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훈훈해지죠. 뜨개질을 하는 모습은 단순히 실을 짜아서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