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그림에 감동적인 스토리

희망의 집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5
밥 그레이험 글 그림, 강석란 옮김 / 국민서관 / 2001년 12월

이 책의 작가가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았다는 마크가 이 책의 앞표지에 찍혀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나서 이 책을 보아서인지 그림이 참 아기자기한 것이 예쁩니다. 삶은 다소 피곤하고 어려울 지 몰라도 마음만은 행복하고 따뜻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삽화 때문에 더욱 더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아빠가 매일매일 (일요일은 제외하고) 출근한다는 것을 일주일에 여섯 번 아빠가 회사에 가고 집으로 돌아온다고 표현한 문장이 재미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아빠 손톱에 묻은 더러움은 열개의 까만 초등달이라고 비유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페어웨더씨 가족들이 얼마나 서로서로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정이 많고 선량한지,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집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하에서도 서로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내용이 다소 많고 조금 어려운 편이라서 6세 이하의 어린이가 보기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책을 많이 읽어서 이해력이 높은 아이는 그렇지 않지만요. 이 책의 제목은 다소 평범하게 다가오지만 내용은 좋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땅속에 대한 시시콜콜 이야기

침대 밑에는 뭐가 있을까? ㅣ Wonderwise (그린북 원더와이즈) 1
브리타 그랜스트룀 그림, 믹 매닝 글, 이연수 옮김 / 그린북 / 2000년 8월

5, 6세 정도의 아이들에게 단행본으로 된 과학동화를 찾는다면 단연코 원더와이즈 시리즈가 좋지 않나 싶습니다. 큼직하고 색깔이 분명한 삽화와 더불어서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으면서 집에서 엄마가 대충 알고 있는 상식을 가지고 설명해 주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니까요.

이 책도 아주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하지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다보면 심오한 지식까지 알 수 있습니다. '침대 밑에는 뭐가 있을까?'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가질 수 있는 물음이지만 점점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 본다면 마그마라는 물질까지 만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는 때로 아이가 내용을 어려워할 때에는 이 책에 쓰여져 있는 큰글자들만 읽어주고 그냥 눈에 보이는 그림들을 설명해 줍니다. 원더와이즈 시리즈에서는 조금 어려운 설명 부문은 작은 글자로 구분해 놓았거든요.

원더와이즈 시리즈 중 몇권을 읽어보았는데 이 책은 내용이 조금 어려운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엄마가 과학쪽에 대한 상식도 없고 별로 관심도 없는 관계로 아이들도 과학과 자연쪽은 어려워해서 걱정인데요. 가끔 이 책들을 사주면서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과학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바램입니다.

채소를 가꾸는 토끼와 도깨비 이야기

야 맛있는 채소다 ㅣ 달팽이 과학동화 1
김용란 글, 신가영 그림 / 보리 / 2000년 2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달팽이 과학동화가 내용은 괜찮은데 삽화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달팽이 과학동화라면 무지 열광하는 편이지만요. 그런데 이 책은 삽화가 귀엽고 아기자기하여서 마음에 들고 내용도 좋아서 추천할 만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과일은 그나마 조금씩 먹는 편인데 채소라면 영 싫어해서 식사시간에 채소를 손가락으로 골라내서 엄마인 저를 화나게 만들고 안타깝게 하곤 하는데요. 이 책은 토끼 가족들이 얼마나 열심히 채소를 가꾸는지 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채소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토끼 가족들이 채소밭을 가꾸는 것을 보고 도깨비는 자기 땅에 허락없이 이사를 왔다고 심술을 부립니다. 그래서 똥도 싸놓고 말뚝도 박아 놓고 배추와 무를 뽑아 놓고 감자밭에는 재까지 뿌립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도깨비의 행동때문에 채소들은 더욱 싱싱하게 잘 자라서 토끼 가족은 알찬 결실을 보게 됩니다. 도깨비도 잘자란 채소를 우적우적 먹을 수 있게 되고요. 모두모두 기분좋은 결말을 맛보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책의 맨 뒷쪽에는 채소에 대하여 엄마와 아이가 다시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요. 엄마의 눈높이에서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책을 고르신다면 달팽이 과학동화는 추천할 말 합니다.

책장 넘기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윌리와 악당 벌렁코 ㅣ 웅진 세계그림책 27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서점에 가서 새로나온 책들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이 책을 만났습니다. '벌렁코'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의 제목부터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참 예쁜 색으로 그려진 책의 커버에서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데 정신을 쏟고 있는데 혼자서 딴청을 피우고 있는 주인공 윌리의 얼굴이 귀엽습니다. 축구도 제대로 못하고 자전거타기에서도 꼴찌로 통과하고 수영장에서도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고 영화를 보러 가서도 너무나 감수성이 예민해서 펑펑 울어버리는 덕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는 윌리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특별히 책 문장이 길지 않아서 별다른 상황설명은 있지 않지만 그저 그림으로도 윌리가 얼마나 순진하고 순수한지 마치 우리들 주변에서 평범하게 만날 수 있는 꼬마 소년 같습니다. 그런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있는 윌리 앞에 무시무시한 얼굴을 한 악당 벌렁코가 나타납니다. 악당 벌렁코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때문에 웃음이 나옵니다. 벌렁코가 미처 도망을 가지 못한 윌리에게 주먹을 날리는데 윌리는 엉겁결에 벌렁코에게 한방 먹이게 되고 친구들의 영웅이 됩니다.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에서는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 책 <윌리와 악당 벌렁코>에서는 즐거움과 웃음을 선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글자도 많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내용은 괜찮은 백설공주

백설 공주 - 아기손 그림동화 명작이야기 21
바른사 편집부 엮음, 미디어밸리 그림 / 바른사 / 2000년 11월

마트에 있는 서점에 아이들과 자주 갑니다. 주로 책들을 인터넷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구경을 시켜주고 싶으면 데리고 가서 보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해주는데요. 저희가 가는 서점에는 이 시리즈물을 꼭 아이들 눈에 가장 잘 뜨이는 곳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이 책 시리즈에 매달려서 보다가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권씩을 구입합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우선 가격입니다. 요즘 그림책들은 만들기도 잘 만들지만 그만큼 가격도 꽤 비쌉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림책들중 가장 저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책의 내용도 괜찮은 편입니다. 명작동화라서 아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본 것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력은 빠른 편입니다.

이 책에서는 단지 이상하다 싶은 것이라면 백설공주의 이름을 왕비가 지어준 것이 아니라 왕이 지어주었다고 한 것과 마음씨 나쁜 새왕비가 백설공주와 왕자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하여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다가 벼락을 맞고 떨어졌다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왠지 어색하네요. 그리고 삽화도 성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신경써서 그렸다면 아이들의 눈을 훨씬 더 즐겁게 해 줄수 있었을텐데 이 책의 삽화는 별로네요. 저렴하게 아이와 명작동화를 읽기를 원하신다면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