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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요리를 먹는 여자 - 개정판 ㅣ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7
송혜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챙이 달린 모자를 비스듬히 기울여 쓰고, 색이 약간 바랜듯한 레이스 치마를 입고, 호숫가에 우아하게 앉아있는 중년의 여성 -이것의 이 소설집의 전체적인 이미지이다. 어느 때에는 한없이 무너지는 초라한 현실 앞에서도 그 '우아함'은 변함없이 유지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골동품도 골동품이라 부르지 않고 앤틱이라 높여 부르고, 사소한 찻잔 하나에도 금쪽같은 의미를 부여해 소중히 여기며, 일상적인 일은 소홀히 할 망정 산뜻하게 차려입는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사랑을 잃은 여자들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인가.
허브와 고급 요리들과 복고풍 핸드북들이 동동 떠다니는 것 같은 이 소설집 속에서 그나마 그 호사스러운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고 어울리는 느낌을 주는 소설은 '거울이 놓인 방'이었다. 스토리의 독특함과 소재의 적절함이 잘 어우러져 읽고 나서 만족할 수 있었다. '차려입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의 모자를 써보고 조언을 받는, 아름답게 차려입고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 주인을 유혹할 궁리를 하는 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것이 옳은가 아닌가를 제외하고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