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매끄럽게 넘어가는 쿨한 느낌의 문장들에 넋을 읽다가 갑자기 고개를 드는 독기에 따끔해진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다. 또 생각한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대체 머리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 책에 실린 짤막짤막한 단편들은 대개 무척이나 재밌다. 무척이나 쉽게 읽힌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은 다음 훌훌 털고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쌕쌕 잠들 수 있냐하면, 그건 아니다. 모든 글에 흐르는 음울한 분위기 - 그걸 주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들. (그리 슬프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주인공이 총에 맞아 죽어버리거나 사랑하는 여자를 토막살인해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자신의 손가락을 망치로 치며 자해하거나 하는 장면들을 보며 희극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책을 덮고 가만히 누워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뭔가, 현란하고 생동감있는 그림책을 잠깐 보여줬다가, 자- 뭘 봤니? 하고 질문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여전히 독서는 즐겁다. 아, 그리고 사족 하나. 알라딘의 작가 파일은 어떻게 작성된 걸까? 김영하 소개가 꽤 독특하다. 저 소개를 읽으니(만약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면) 소설이 왜 이렇게 차갑고 까맣고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는지 알 것 같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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