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다 읽고서도 리뷰를 써오길 망설여왔다. 그 이유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난 뒤에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에는 상징들이 너무 많다. 나는 그것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라서 모호한 단어들 사이에서 헤맨다. 나는 그의 문장을 읽고 또 읽지만 내가 그의 메세지를(그런 것이 있다면) 읽지 못한 것 같아서 조바심낸다.

이 책은, 일단 재밌고 한 번 읽으면 계속 읽게 된다. 하지만 가볍지는 않아서 다 읽은 다음 한 번 더 읽어볼까, 하는 기분은 나지 않는 책이다. 주인공의 직업은 한 번 들어서는 아리송한 '계산사'이다. 머리를 많이 쓰는 신종 직업이다. 나는 결국 그가 현실에서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세계의 끝'에서 살게 되는 것이 자신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박사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말이다. 그는 현실에서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듯 보인다. 바랄게 없다고 해서 풍족하단 뜻이 아니라,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란 뜻이다.
게다가 그의 직업과 그의 삶은 너무나 건조하다.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데 현실 세계에 머물 이유가 있었을까. 결과적으로도 그가 선택한 것은 '세계의 끝'에 머무르는게 아닌가. 더 이상 상징이나 장치니 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도 나는 아리송하다. 이 책을 읽고 결심한 것은 나는 하루키의 수필 매니아로 남아있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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