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별 세 개와 네 개 사이에서 계속 망설인다. 고급 양장본에 빳빳한 고급 종이, 선명한 사진들,...그런 것들과 함께 읽은 하루키의 '글'은 내게 만족스럽기도, 만족스럽지 않기도 했다. 확실히 위스키라는 술은, 성인취향이고, 고풍스럽고, 자못 정적의 분위기까지 감도니, 이 술을 주제로 한 여행기는 어떨 것인가. 상상은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루는 주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도가 아닌 듯하다. 하루키는 이제 50을 넘어섰고(나이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전에 출판됐던 수필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선함, 귀엽기까지 한 톡톡 튀는 표현들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대체 예전 수필들에서 날 그렇게도 빠져들게 한 것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다시 한 번 책을 집어들고 찬찬히 읽어보면 문장으로 확실히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떨까.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그게 무언지 떠올릴 수 있겠지.

확실히 하루키는 나이에 걸맞는 이른바 연륜이라는 것을 쌓은 듯 하다. 이제 더 이상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글을 쓸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이제 하루키 수필 매니아로도 남을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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