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도 얇은 문고판으로 나온 '걸리버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에는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라퓨타 이야기가 아주 조금, 말들이 사는 휴이넘 이야기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아이들이 읽기에는 재미가 없어서겠지? 아무튼 어릴 때 그 책을 봤을 때는 사회비판같은 메세지는 생각도 못하고 손바닥에 올려놓을만큼 작은 소, 돼지, 양 생각을 하며 걸리버가 그걸 제대로 전파했으면 참 좋았겠단 생각을 한 게 기억난다. 라퓨타 이야기를 보면서는, 영원히 산다라는 것이 생각만큼 좋지는 않다는, 아니 오히려 아주 끔찍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이제 다시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니 이 책은 작가가 아주 목숨 걸고 당시의 부패한 영국을 마구 힐난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지막 '야후'의 휴이넘 이야기는 아주 무서울 정도이다. '인간'이란 존재에 신물이 났나보다. 영국에 돌아와서도 문명화된 '야후'를 보고 만지고 하는 것도 끔찍스러워 그저 휴이넘으로 다시 돌아가기만을 바라는 걸리버...글쎄 뭐라고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