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버린 수많은 이야기에 비하면, 그래도 한두 가지는 살아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살아 있는 이야기가 줄어들 것이 두려워, 자주는 아니고 가끔 조심스레 그것을 떠올릴 때가 있다. 나는 그중 하나를 건져 올려 배경,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태도 등을 되살린다. 그러다 갑자기 중단한다. 그것이 닳아 없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게 감각의 그물구조 아래 단어 하나가 두드러지는 것이 보인다. 그 단어가 결국엔 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대신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즉시 멈추고 얼른 다른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의 기억을 변형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나 헛수고다. 다음에 떠올릴 때는, 분명 많은 부분이 굳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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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3-06-14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도 좋네요~

DYDADDY 2023-06-15 08:08   좋아요 0 | URL
주로 번역서를 읽어서 가끔 고민이 생겨요. 번역에 있어서 단어의 느낌이 일대일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앞뒤 문장은 맞지만 문맥에 맞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젤소민아님께서 번역이 좋다하시니 이 책은 그런 고민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철학전집은 잘 읽고 계시는지요. 관심분야이다보니 리뷰가 기다려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