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과 한나 아렌트의 관계는 사돈지간이었다. 발터 벤야민의 사촌이 한나 아렌트의 첫 배우자였기에 그 때 처음 만나게 되고 이혼 후에도 우정을 지속했다. 발터 벤야민이 마지막 도피 직전 <역사철학테제>의 원고를 한나 아렌트에게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시각으로 본 발터 벤야민에 대한 시각이다보니 호의적인 우정의 시선이 느껴진다. 한나 아렌트의 시각에서 발터 벤야민은 시인처럼 은유를 사용하는 이단적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며, 시온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사이에서 휘몰아치는 폭풍을 “이미 허물어지고 있는 돛대 꼭대기”라는 위치에서 조망하는 소요객이자 주시자였고, 과거와 사라진 시대의 결정화된 새로운 사유 조각들을 심연에서 길어올리는 진주 잠수부였다.
인문매거진 <바닥> 가을호에 실린 ‘인문 인터뷰 (김성민 작가)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에서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어두운 시대에도 밝은 빛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밝은 빛은 오히려 불확실하게 깜박이는 약한 불빛에서 나올 수 있어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서 빛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나 아렌트는 발터 벤야민을 출구가 없는 시대 상황에도 '불확실하게 깜박이는 약한 불빛'을 보여주는 친구로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