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스스로를 벌하는 방식으로만 살아온 걸까. 임계점은 한계가 아니라 꽃망울이 터지는 환희의 순간일 수도 있는데. 피려는 마음을 모른 척한 건 세상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제야 나는 눈금자를 0에 맞추고 나에게 ‘저금‘되어 있던 말들을 하나둘 떠올려보았다. 희연아, 환히 지내라. 희연아, 너는 너를 좀 더 사랑해야 하겠다. 겨울 창문에 붙어 있는 마른 나뭇잎 같은 말. 성냥갑에 딱 하나 남은 성냥 같은 말.
공중으로 날아오른 풍선은 터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날아오른 풍선은, 날아가는 시간만큼 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대기권에서 바라본 지상의 모 습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는 오직 풍선만이 알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지 않게 된다. 다행히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그러니 성냥 같은 말들을 쥐고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내 안에서 내가 피어나는 날 초에 불을 붙일 수 있게. 축하 케이크를 잘라 먹으며 무구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