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마틴 에덴 1~2 - 전2권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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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은 재해석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마틴 에덴>도 읽은 사람의 수만큼의 해석과 감정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활활 타고 남은 재같은 작가를, 어떤 사람은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경멸을, 어떤 사람은 자본주의에 침식된 사람들에 대한 조소를, 어떤 사람은 그당시 유행했던 사상에 대한 일면을…

마틴 에덴이 각성하기 시작한 것은 그저 우연과의 조우였을 뿐이다. 그가 아서를 돕지 않았다면 아니 그 상황이 아닌 길에서 스쳐지나갔다면, 루스를 만나지 않았거나 아니 루스의 품성이 다른 부르주아와 같았다면 이 소설은 존재할 수 없었다. 우리의 우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특정 조건에서 특정 사건과 특정한 사람을 만날 때. 하지만 아무리 우연이 중첩되고 중첩되어 상승하더라도 시대의 조건은 뛰어넘기 힘들고 설령 뛰어넘는다고 하더라도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루스의 사랑과 마틴의 사랑은 같은 것이었을까. 루스는 사랑을 알게 해 준 마틴을 곁에 붙잡아두기 위해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를 원했고, 마틴은 자신의 성공을 루스와 나누고 싶어했기에 어쩌면 그 둘은 결국 헤어져야 했을 것이다. 아무리 루스가 가난을 관념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틴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좀더 강했더라면 결말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마틴도 결국 자신이 사랑한 것은 루스가 아닌 루스로 체현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조금 일찍 깨달았다면 같은 인간으로서 루스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랑은 재해석이 불가능한 지점이기에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결과는 늘 같다. 계급이나 페르소나, 아비투스 뒤에 숨겨진 일그러졌을 수도 있는 얼굴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마틴이 마지막으로 본 뇌 속의 등대같은 하얀 빛은 아름다움에 대해 쓰고자 하는 열망이 아닐까 싶다. 많은 대가를 치루고 결국 닿았지만 그 빛에 타버리고 ‘알기를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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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4-17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이 책이 인기인 것 같아요. 이웃 서재에서도 자주 보이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DYDADDY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DYDADDY 2023-04-18 01:05   좋아요 1 | URL
잭 런던이라는 작가가 1909년에 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합니다. 불타는 작가의 열정과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열정의 소진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북친분들의 피드에 자주 등장하여 도서관 검색을 했는데 마침 책이 있어 대출했어요. 요즘 래디컬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위축이 되어 잠깐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안온한 밤 되시고 쾌유하시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