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의 이야기에는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그의 감각에 거슬리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 그는 버틀러 씨의 인생에서 절약과 궁핍의 적절한 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 만약에 버틀러 씨가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나 아름다움을 달성하기 위해 그랬다면, 마틴은 이해했을 터였다. 신이 선택한 미친 연인은 입맞춤을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다 할 테지만, 연 수입 3만 달러를 위해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버틀러 씨의 이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무튼 뭔가 시시한 것이 그 이력에 있었다. 연 수입 3만 달러야 좋지만, 소화불량에다 인간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은 그 많은 수입을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는 불쑥 그렇게 말해 버리고 싶었는데,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과 별이 충충한 허공의 무한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그 세계를 그녀와 함께, 그녀를 팔에 안고 떠다녔으며, 그녀의 옅은 금발이 그의 뺨 언저리에 휘날렸다. 동시에 그는 언어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함을 깨달았다. 맙소사! 그가 본 것을 그녀도 볼 수 있도록 단어들을 잘 직조해 낼 수만 있다면! 그는 제 마음의 거울에 불시에 비친 이 환영들을 그려 내고자 하는 욕망을, 죽음의 고통처럼 격렬하게 느꼈다. 아, 그것이었다! 그는 비밀의 끄트머리를 잡았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작가들과 대시인들이 한 일이었다. 그들이 거인이 된 이유였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본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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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4-1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진짜진짜 재미있죠?!

DYDADDY 2023-04-13 09:34   좋아요 0 | URL
관계와 내면에 대한 표현이 섬세하고, 대비되는 두 세계의 괴리가 잘 드러나 있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