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마무리가 꼭 해피엔딩이나 교훈적일 필요가 없는데 사람들과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웃어야한다는 강박처럼 마무리했을까.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여성의 피해에 대한 글은 많이 보았지만 남성이 스스로 가해자임을 이야기하는 글은 없었다. 5.18의 피해자들은 이야기하지만 그당시 군인들은 스스로 가해자였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움이라 규정된 이야기를 드러내고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강한 사람이다.
나는.. 때로 선하고, 때로 악한.. 한없이 나약한 사람이다.

글쓰기는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맑은 길을 가로지르는 과정이 아니라 뿌옇게 흐린 길을 더듬으며 내 위치와 감정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관성적으로 쉬운 길로 가려고 할 때마다 잠시 제동을 걸어 일부러 길 잃기를 선택하는 게 쓰기의 과정 아닐까. 내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거나 느낄 수 없는지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며 살피고, 첫 판단을 버리고 낯선 시선을 탐색해가면서.

정직을 위한 정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같은 말로, 솔직함을 위한 솔직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 글쓰기에 필요한 솔직함이란 무엇일까. 내가 만든 글쓰기 사전에서 나는 솔직함을 이렇게 정의한다.
솔직하게 쓰다 [동사]
1. 부지런하게 나를 개방하는 일
2. 용기의 도미노에 참여하는 일
3. 우연, 타자, 한계를 받아들이는 일
4. 한계에서부터 다시 무엇인가 되어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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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04-08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솔직한 글쓰기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