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물컵의 남은 양밖에 자신의 수명이 남지 않았다고 한탄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비어 있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 공기가 차 있고 그 공기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생겨난 지혜와 여유라고.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슬픔에 대한 회복력을 잘 갖추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에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한계가 어디쯤 있는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것이 고통, 그리고 반복되는 고통이 꼭 기질에 반하지 않고 오히려 기질을 강화하는 이유다.
자아 형성이 강박이 될 때, 우리 삶은 풍요로워지기보다 타락하게 된다고 앞서 강조했다.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완벽함, 완전함 또는 고통이 전혀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과 다른 것이다. 이는 불가능한 것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복잡성, 유연함, 분별력, 대인 관계를 이루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반 정도 담긴 유리잔을 보고 반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계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인생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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