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애도일기(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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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는 1977년 10월 26일부터 1979년 9월 15일까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일기를 썼다. 약 2년간 더이상 내 곁에 없는 이를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며 써내려간 짧은 일기다. 롤랑 바르트는 자신이 죽으면 어머니까지 잊혀질까 걱정하며 애도일기가 그녀의 기념비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그 슬픔을 이겨낸다.
˝헤어날 길 없는 슬픔 속에서는 글쓰기에도 더는 매달릴 수가 없다는 사실, 나의 우울은 더기서 오는 것이다˝
˝나의 우울에게마저도 생명을 불어 넣는 글쓰기˝

애도기간 동안 어머니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며 그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이라는 개념의 아이디어를 얻어 ‘밝은 방‘에서 그 개념을 확립한다. 일반적인 이해방식이 아닌 개인의 취향이나 경험, 무의식에서 오는 순간적인 강렬한 자극이라는 푼크툼 개념에서 이 구절을 공감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다.˝

모든 사람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가까운 타인의 죽음이지만 각자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은 정도의 차이가 아닌 다름의 영역이기에 이해은 할 수 있지만 동일화되기는 어렵다는 면에서 ‘애도‘라는 감정이나 행위를 평가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이런저런 일에 관여를 하고, 그런 내 모습을 관찰하면서 전처럼 살아가는 나.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슬픔. 이 둘 사이의 고통스러운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아서 더 고통스러운) 파열 속에 나는 늘 머물고 있다.˝

‘나‘의 죽음 후에는 어떠한 것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미지의 상황이라는 것이 두렵지만 슬프지 않다. 하지만 ‘너‘의 죽음은 ‘나‘가 살아있는 동안 진행형이기에 슬픈 것이 아니라 슬픔 속에 잠겨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누군가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상실의 아픔에서도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헤어진 연인, 독립하는 자녀, 멀리 떠나는 친구 등등.. 무엇보다 오늘의 나는 다시 볼 수 없기에 잠들기 전 눈을 감고 되뇌인다.
‘잘 가. 오늘의 나.‘

이 책은 다락방님의 ‘애도 클럽‘에 대한 페이퍼를 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http://bookple.aladin.co.kr/~r/feed/647674593

핸드폰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은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공쟝쟝님의 조언에 따라 키보드를 장만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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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2-28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십대때 저는 김현 평론가 좋아해서 바르트 조금 읽었는데 어머니와 평생을 살았던 것으로 기억나요.

DYDADDY 2023-02-28 11:46   좋아요 1 | URL
롤랑 바르트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살았다고 해요.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유명한 드문 철학자입니다. ^^ (푸코는 어머니를 싫어했거든요. ㅎㅎㅎ)

기억의집 2023-02-28 11:54   좋아요 1 | URL
김현평론가 덕에 푸코도 책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저는 그때도 푸코의 역발상적인 사상이(예로 감옥이 죄수를 위한 공간이 아닌 감옥 밖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현대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은 하지만 요즘 푸코의 성적인 구설수는 진실이 밝혀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DYDADDY 2023-02-28 12:31   좋아요 0 | URL
현대 철학에서 푸코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고 그 공헌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최근 회자되는 알제리 시절의 성적인 추문은 단지 추문이기때문이 아니라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 프랑스 철학자가 성적 착취를 했다는 것에서 파장이 클 수 밖에 없죠. 진실은 밝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당시 만연해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의 알제리 침탈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