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소‘는 알튀세르 생전에 출판되지 못했을뿐더러, 어떤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의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시대의 문제를 디루는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검은 소‘, 특히 그 핵심을 이루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관한 테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떤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우리의 삶 전체에 걸쳐 있는 불평등과 지배, 착취와 배제의 문제가 자본주의적 모순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필연성은 불가능성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필연성, 곧 아포리아적인 필연성이다. 이러한 불기능성의 시험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것은 말 그대로 길-없음 a-poros이며, 독자들 각자 스스로 통과해나가야 할 시험이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