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든 변화는 교회의 자기 이해에 심대한 타격을 준 동시에 새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물론 이것들은 더 광범한 변혁의 징후에 지나지 않았다. 하늘과 인간의 새로운 물리학은 거대한 사회적 변혁의 일부였던 것이다. 로저 베이컨도, 오컴의 월리엄이나 장 뷔리당도 자신들의 자연 철학이 시대의 사회 정치적 요구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들은 지독한 빈곤과 탐욕스러운 부, 전쟁, 역병으로 피폐해진 시대에서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 비판은 교회 수뇌부에게는 당연히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었고, 그에 관한 논쟁조차 칼과 쇠사슬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런 시대에는 천국을 약속하는 사람만이 제격이었다. 지상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으로 바꾸려는 사람은 지극히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