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맥락에서 보면 플라톤은 마치 하늘과 땅의 위대한 신비주의자처럼 보인다.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 즉 모든 물질을 가공해서 형태화한 우주의 조물주도 필론에 이르러서는 토라의 천지 창조신과 비슷한 전지전능한 세계 창조자가 된다. 그리고 플라톤이 정신과 물질을 두 개의 근본 원칙으로 삼았다면 필론은 피타고라스의 전통에 입각해서 모든 것을 세 개로 나눈다. 피타고라스학파에서 직각 삼각형이 모든 지식의 출발점이었던 것처럼 필론도 삼위성(三位性)의 질서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는 아주 중대한 사고 모델이다. 이 사고 모델에서 기독교의 삼위일체론으로 가는 작은 발걸음이 이제 막 놓였으니………….